[뉴스분석]무엇이 ‘文의 대선침묵’ 봉인해제시켰나

[뉴스분석]무엇이 ‘文의 대선침묵’ 봉인해제시켰나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22-02-10 17:48
수정 2022-02-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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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시 文정권 적폐 수사’ 尹 발언 트리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트라우마’ 자극

  40%대 지지율 자신감… 친문 결집 시각도
문대통령, 尹에 사과 요구…”근거없이 적폐 몰아, 강력 분노”
문대통령, 尹에 사과 요구…”근거없이 적폐 몰아, 강력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2022.2.10
서울신문
올해 신년기자회견까지 하지 않을 만큼 대선 국면에서 극도로 발언을 자제하며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여과 없이 분노를 표출하면서 결과적으로 선거 복판에 발을 디뎠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후보가 지난 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집권 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을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권력’을 ‘미래권력’이 수사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도 이례적이고 그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강경한 대응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내가 당선되면 대대적으로 정치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처음 본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청와대가 윤 후보 발언을 ‘정치보복 공언’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 대통령의 표현 수위는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다.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로 끝맺는 4문장으로 구성된 참모회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직접 써 왔다고 한다.

윤 후보가 현 정권을 비판하며 ‘적폐’라고 표현한 것이 ‘트리거’를 당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촛불 정신을 계승하고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 정부’로 정체성을 규정해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비극적 선택을 한 배경에 이명박 정부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윤 후보의 언급을 ‘기획사정’ 예고로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2022. 2. 10. 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대해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2022. 2. 10.
박지환 기자
문 대통령은 특히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친노·친문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친문 결집을 시도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터뷰는 윤 후보 발언 이전에 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비극과 연관 짓는 것을 경계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결벽증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선거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윤 후보에게 강력한 비판을 가한 배경에 임기말 전례 없는 40%대 지지율을 구가하는 데 따른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40%에 못미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계산으로도 문 대통령은 윤 후보와 정면으로 맞붙어도 불리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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