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 강(江)을 건너다’란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이 표현의 유래는 로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9년 로마 원로원이 갈리아 총독 율리우스 카이사르(Caesar·기원전 100∼44)의 소환을 결정하자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는 삼두정치의 한 축이자 10년간 동지였던 폼페이우스를 적으로 돌리고 결국 제거하기에 이른다.
4·11 총선과정에서 약 2000년 전 로마에서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 동문에다 수십년 간 한 기업에서 호흡을 함께 했던 두 거물이 국회의원 당선을 목적으로 서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
두 주인공은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방을 강력 견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맞고소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인연이 자칫 ‘악연’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에 만난 두 사람은 40년 이상 알고 지내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상대 동문인 이들은 현대중공업 입사 동기며 대리 진급도 동시에 했다. 정 후보는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자리에 올라 회장과 고문을 차례로 지냈고, 이 후보는 1999년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임명된 후 현대캐피탈 회장과 현대카드 회장을 역임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6남인 정 후보와 일반 직원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진급하며 신분 상승에 성공한 이 후보의 이번 대결은 그래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40년에 걸친 인연도 국회의원 금배지 앞에서는 소용없는 것일까?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이 후보였다. 이 후보는 선거일을 1주일 앞둔 지난 4일 정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단체의 선거운동금지와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후보는 고발장에서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정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정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광고를 뉴스 전후 시간대에 편성, 집중적으로 내보내 부당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제공격을 당한 정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튿날 정 후보는 “이 후보가 2006년 10월13일에 있었던 국회 재경위 ‘이건희 삼성회장 등의 국회 불출석에 대한 고발 안건 표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채 기권했는데도 최근 TV토론회에서 ‘표결에 불참했다’고 밝힌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정 후보는 고발장에서 “당시 상황을 보도한 언론 기사와 사진을 보면 이 후보가 회의장에 착석해 있는 것으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으므로 표결에 불참했다는 해명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이 후보가 재벌개혁을 이슈로 삼는 상황에서 거짓 해명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공에 흔들린 것도 잠시, 이 후보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후보는 6일 “대주주 정몽준을 당선시키기 위한 부정선거운동, 선전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광고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후보는 신청서에서 “정 후보가 지역구 현안을 수수방관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이재성·김외현 대표이사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송광고를 각 방송사의 뉴스 전후 시간대에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작을 유권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자 얼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지역구 시청자들이 이런 불공정 광고를 시청하면 해당 광고를 정 후보의 광고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선제 공격을 통해 서로간 법적 공방을 전개하는 것은 치밀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 열세에 몰린 이 후보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인지도 상승과 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켜보려는 취지에서 소송전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지율 36.4%를 기록해 36.2%인 정 후보에 0.2%포인트 앞섰지만 이후 줄곧 열세를 면치 못했다.
3월23~24일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재차 실시한 조사 결과 정 후보가 41.6%, 이 후보가 29.6%를, 4월3~4일 MBN·매일경제·서울마케팅리서치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1.0%, 이 후보가 30.3%를 기록하는 등 정 후보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여론 조사결과를 토대로 할때 현재 이 후보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유독 변수가 많은데다 최종 선택은 두 후보의 공약 등을 토대로 최종 선택을 할 동작을 유권자들에게 달려있어 섣부른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관련 공약들은 ‘재벌가 아들 출신 대기업 대주주’와 자수성가형 전문경영인’이란 두 후보의 출신 성분 차이처럼 서로 현격하게 달라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정 후보는 재벌가 출신답게 ▲대기업 업무시설 유치 ▲사당·이수 상업지역 확대 등 성장 중시 공약을 내놓은 반면 이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행위 규제강화 ▲금산분리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기업형 슈퍼마켓 무분별 확장 방지 등 재벌개혁 공약으로 정 후보와 대척점에 섰다.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두 후보가 총선 과정속에서 어느정도의 대결구도를 형성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재벌과 반재벌 구도가 굳어져가는 가운데 강남권에 해당하면서도 야성(野性)이 강하고 서민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동작을 지역구가 이런 과정속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뉴시스
기원전 49년 로마 원로원이 갈리아 총독 율리우스 카이사르(Caesar·기원전 100∼44)의 소환을 결정하자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를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카이사르는 삼두정치의 한 축이자 10년간 동지였던 폼페이우스를 적으로 돌리고 결국 제거하기에 이른다.
4·11 총선과정에서 약 2000년 전 로마에서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 동문에다 수십년 간 한 기업에서 호흡을 함께 했던 두 거물이 국회의원 당선을 목적으로 서로를 향해 칼을 날카롭게 겨누고 있다.
두 주인공은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방을 강력 견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맞고소까지 이어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인연이 자칫 ‘악연’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에 만난 두 사람은 40년 이상 알고 지내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상대 동문인 이들은 현대중공업 입사 동기며 대리 진급도 동시에 했다. 정 후보는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자리에 올라 회장과 고문을 차례로 지냈고, 이 후보는 1999년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임명된 후 현대캐피탈 회장과 현대카드 회장을 역임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6남인 정 후보와 일반 직원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진급하며 신분 상승에 성공한 이 후보의 이번 대결은 그래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40년에 걸친 인연도 국회의원 금배지 앞에서는 소용없는 것일까?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이 후보였다. 이 후보는 선거일을 1주일 앞둔 지난 4일 정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단체의 선거운동금지와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후보는 고발장에서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정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정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광고를 뉴스 전후 시간대에 편성, 집중적으로 내보내 부당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제공격을 당한 정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튿날 정 후보는 “이 후보가 2006년 10월13일에 있었던 국회 재경위 ‘이건희 삼성회장 등의 국회 불출석에 대한 고발 안건 표결’ 당시 회의에 참석한 채 기권했는데도 최근 TV토론회에서 ‘표결에 불참했다’고 밝힌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정 후보는 고발장에서 “당시 상황을 보도한 언론 기사와 사진을 보면 이 후보가 회의장에 착석해 있는 것으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으므로 표결에 불참했다는 해명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이 후보가 재벌개혁을 이슈로 삼는 상황에서 거짓 해명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공에 흔들린 것도 잠시, 이 후보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후보는 6일 “대주주 정몽준을 당선시키기 위한 부정선거운동, 선전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광고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후보는 신청서에서 “정 후보가 지역구 현안을 수수방관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이재성·김외현 대표이사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송광고를 각 방송사의 뉴스 전후 시간대에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작을 유권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정 후보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이자 얼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지역구 시청자들이 이런 불공정 광고를 시청하면 해당 광고를 정 후보의 광고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선제 공격을 통해 서로간 법적 공방을 전개하는 것은 치밀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즉 여론조사 결과 열세에 몰린 이 후보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인지도 상승과 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켜보려는 취지에서 소송전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지율 36.4%를 기록해 36.2%인 정 후보에 0.2%포인트 앞섰지만 이후 줄곧 열세를 면치 못했다.
3월23~24일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재차 실시한 조사 결과 정 후보가 41.6%, 이 후보가 29.6%를, 4월3~4일 MBN·매일경제·서울마케팅리서치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1.0%, 이 후보가 30.3%를 기록하는 등 정 후보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여론 조사결과를 토대로 할때 현재 이 후보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유독 변수가 많은데다 최종 선택은 두 후보의 공약 등을 토대로 최종 선택을 할 동작을 유권자들에게 달려있어 섣부른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제 관련 공약들은 ‘재벌가 아들 출신 대기업 대주주’와 자수성가형 전문경영인’이란 두 후보의 출신 성분 차이처럼 서로 현격하게 달라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정 후보는 재벌가 출신답게 ▲대기업 업무시설 유치 ▲사당·이수 상업지역 확대 등 성장 중시 공약을 내놓은 반면 이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순환출자금지 ▲지주회사행위 규제강화 ▲금산분리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기업형 슈퍼마켓 무분별 확장 방지 등 재벌개혁 공약으로 정 후보와 대척점에 섰다.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두 후보가 총선 과정속에서 어느정도의 대결구도를 형성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재벌과 반재벌 구도가 굳어져가는 가운데 강남권에 해당하면서도 야성(野性)이 강하고 서민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동작을 지역구가 이런 과정속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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