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만, 7만, 쏟아지는 찬반 댓글… 소통창구가 된 ‘국회입법예고’

[단독] 10만, 7만, 쏟아지는 찬반 댓글… 소통창구가 된 ‘국회입법예고’

최현욱 기자
입력 2023-09-05 02:06
수정 2023-09-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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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발의 전 입법취지 사전 고지
정치 무관심 속 누구나 의견 개진

강도높은 반발에 자동 폐기·철회
최근 교권강화 법안 논쟁 중심에
강성층 집회도구 변질은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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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할 때 그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민에게 미리 알리는 ‘국회입법예고시스템’이 대민 소통창구로 그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특정 법안의 입법예고에 무려 10만건 이상의 의견이 달리는 등 정쟁 때문에 커지는 ‘정치 무관심’ 경향의 정반대 현상에 이목이 쏠린다.

4일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가장 큰 관심을 얻은 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8월 대표로 발의했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었다. 시민들은 총 10만 1484건의 의견을 개진했다.

재난 발생 시 민간 인력에 동원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민간 자원을 강제 동원하는 것”이라는 의료단체들의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체 의견 중 제목에 ‘반대’가 포함된 글만 9만 9000여건으로 99%에 달했다. 이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황 의원은 “협의나 동의를 전제로 (민간 동원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강제 동원’은 왜곡”이라고 해명했지만 2020년 11월 행안위 상정 이후 별다른 논의는 없는 상태다.

이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발의의 차별금지법이 7만 6641건의 의견이 달려 2위였다. 현실 속 다양한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자는 법안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성소수자 이슈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계류돼 있으며,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거센 반발 여론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스스로 철회한 경우도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대표로 발의한 일명 ‘통화 녹음 방지법’은 개인이 갑질, 성희롱 등을 당할 경우에도 녹음 파일을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없고, 오히려 녹음 당사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 때문에 젊은 세대의 비판이 컸다. 윤 의원은 발의 후 4개월 만에 법안을 철회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법안을 철회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사망 후 연달아 발의된 교권 강화 관련 법안들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교원의 생활지도권 확립 내용을 담은 홍석준·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교원지위법에 각각 2만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다.

입법예고시스템의 활성화에 대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통화에서 “평범한 국민이나 청년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런 플랫폼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열성적인 정치적 집단이 자신들의 강성 목소리를 쏟아내는 온라인 집회 장소로 전락할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9-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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