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 담화 실망”

“日 총리 담화 실망”

입력 2010-08-10 00:00
업데이트 2010-08-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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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위안부 단체 =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지만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 송도자 대표는 “핵심이랄 수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문제가 빠졌다.”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담화”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송 대표는 “오늘 담화문에 나온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던 내용”이라면서 “이번에도 겉치레식 사과만 반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담화문에서 한국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며 자신들의 잘못과 이에 뒤따르는 책임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진정성이 있는 담화가 되려면,우선 한국인들이 입은 피해가 자신들의 폭력적인 침략전쟁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강제로 빼앗아간 문화재를 반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사죄의 표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번 담화문을 앞두고 기대를 갖고 있던 많은 일제 피해자들이 실망을 했을 것”이라며 “일본은 하루빨리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법적인 손해배상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베리아 강제노역 한인 = 일제 해방 직후 시베리아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이재섭(85)옹은 10일 일본 총리의 담화 발표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기대와는 달리 사할린 잔류 한국인과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등 한국인 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재(在)사할린 한국인 지원,한반도 출신자의 유골반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앞으로도 성실히 실시해갈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이옹은 “사실 일본 총리가 보상하겠다고 해도 야당인 자민당 등이 반대해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래도 일본이 노력하고 있다는 적극적 표현을 해줬으면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경기도 시흥 출신의 이옹은 1945년 8월 2일 강제징집 대상이 됐다는 통지를 받고 첫딸 출산을 앞둔 아내를 홀로 집에 둔 채 북만주로 갔다.

 그곳에서 소련 전차 폭파 훈련 등을 받던 이옹은 16일 조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이옹은 전쟁포로가 돼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3년 반 동안 철도공사 등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고향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극도의 배고픔과 추위,멸시를 견뎌낸 이옹은 1948년 12월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면서 반(反)공산주의 정서가 팽배했고 고향 사람들은 시베리아에서 온 이옹을 “소련에서 온 빨갱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이옹은 “수년을 일제에 의해 또 소련에 의해 원하지도 않은 삶을 살았다”면서 “그러나 일본은 우리에 대한 보상 논의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월 일본이 전후 시베리아 등에 억류돼 강제 노동한 일본인 7만여명에게 기간에 따라 특별급부금 25만~150만엔을 주는 ’전후 강제억류자 특별조치법‘을 만드는 것을 보고 품었던 희망도 사라졌다.

 이옹은 “당시 한.일 시민단체들이 중국,대만,남북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보상에 관한 언급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옹처럼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한국인들이 귀국해 만든 ’시베리아 삭풍회‘는 그동안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줄기차게 사죄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생존자 중 많은 수가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초기 60여명이던 회원 수도 이제 17명으로 줄었다.

 이옹은 “내 생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일본에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모두 허사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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