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 속도조절 기류…“증거 더 필요”

‘이란제재’ 속도조절 기류…“증거 더 필요”

입력 2010-08-11 00:00
업데이트 2010-08-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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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트銀 지점폐쇄 놓고 ‘묘안짜기’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 문제를 놓고 ‘속도조절’을 꾀하고 있다.

 독자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미국과 경제적 보복을 경고하는 이란의 기싸움이 첨예화되면서 정부로서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안팎 곱사등’ 형국이 된 탓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11일 “대이란 제재문제는 서두르지 않고 국제사회의 동향과 관련국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부 내에서 독자 제재가 본격 검토되던 기류와는 사뭇 달라졌다.

 이는 한국을 겨냥한 워싱턴과 테헤란의 동시압박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흐름과 관련돼있다.한국의 독자제재 여부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도드라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29호 결의에 더해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보조를 맞춘 ‘+α’의 독자제재에 나서라는 주문이다.그 핵심은 이란 멜라트은행의 서울지점을 폐쇄하라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미 대북제재 조정관이 지난 1~3일 한국을 다녀간 이후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5일 “이란제재 이행을 전면 준수하는 국가의 기업에는 국내법에 의해 예외를 인정해 주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저항하는 이란의 대정부 압박은 매우 거세다.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는 최근 연이어 국내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독자제재시) 우리는 두 손놓고 가만히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이 이란시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한걸음 더 나아가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한국이 제재에 동참할 땐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란에서 한국 제품이 팔릴 수 없도록 관세를 200%까지 올려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부로는 ‘옴치고 뛰기’ 어려운 형국에 놓인 셈이다.미국과의 관계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호소하는 차원에서 대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명분론’과 섣불리 독자제재에 나섰다가 한국기업들이 경제적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10월초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세칙이 나온 이후 독자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시간을 갖고 국제사회의 동향과 관련국들의 제재추이를 보면서 제재수위를 정하겠다는 포석이다.‘너무 앞서지도,너무 뒤처지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강한 압력이 작용하는 현 국면의 긴장도를 낮춰 경제계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미도 있다.제재국면이 고조되면서 이란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들까지 스스로 ‘위축’되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간에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돼있는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의 처리문제다.미국은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따라 핵개발 관련 자금을 지원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폐쇄하라는 입장이고 이란은 불법행위 증거가 없는 이상 폐쇄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로서는 미국의 입장을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이란을 자극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하는 묘안을 마련해야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따라 제재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증거와 정보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일단 발을 빼는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제공한 자료만으로는 지점을 폐쇄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지점을 폐쇄할 경우에 미칠 경제적 파장을 의식해 속도조절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중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 폐쇄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추가적인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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