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벗겨진 ‘외교장막’…남북관계 큰 영향 없을 듯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벗겨진 ‘외교장막’…남북관계 큰 영향 없을 듯

입력 2010-12-01 00:00
수정 2010-1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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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법조계 전문가 반응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 공개를 두고 전문가들은 내밀하게 오간 우리 쪽 전략이 공개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번 일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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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30일 “내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여과 없이 나와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외교활동 등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고, 우리나라로서도 밀실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는 일들, 치명적인 내용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3국을 통해 여과 없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셈이라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당장이야 큰 영향이 없겠지만, 비밀을 유지해 오던 사안들이 여과 없이 다 나왔기 때문에 서로의 속셈을 알게 된 셈”이라면서 “다만 외교 관료들의 이야기를 북한이 얼마나 정책에 반영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외교적 판단에 맡겨야”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시간이 오래 지난 것도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도 있기 때문에 매우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외교문서란 것은 자국의 이익 차원에서 평가하고 조사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가 서먹하다가 이제 복원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들이 공개된 것이라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용 자체가 북한에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이제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을 더 정당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이것이 미국의 외교 전문이고 미국의 외교적 판단이라고 선을 긋고 ‘NCND’(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음)로 나가야지,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대응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 국무부의 대외비 외교문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협의해 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해당 문서의 내용을 보면 지난해 추진했던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 유지 측면보다는 급변사태에 대비한 것이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 부분은 가능성 높은 이야기라고 본다.”면서 “지난해 경색국면 속에서도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 흐름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남북의 입장차로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北 정치적 전술에 안말려들어 다행”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경제적 지원 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특수한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어 “2007년 참여 정부 말기 남북정상회담 개최 당시에도 사실 국내외에서 북한의 정치적인 목적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한 북한 전술에 말려들지 않은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선례가 없어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한 변호사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법적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은 섣부른 행위”라며 “설령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서를 부실하게 관리한 미국 당국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외교 문제상 법적 해결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 임성우 변호사는 “폭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위키리크스와 연관된 해당 국가의 기밀과 영업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따져봐야 한다.”며 “폭로한 내용이 허위라면 문건에 언급된 관계자가 피해가 있을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폭로내용 사실 확인후 대응을”

그는 “해당국마다 법적 구제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정정보도든지 기밀관리에 관한 것이든지 이에 따라야 한다.”며 “폭로내용을 등급이 낮은 하위정보로 취급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법을 전공한 박기갑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미국 정부도 피해를 입었고, 우방국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 감독 의무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에 따라 유감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지혜·김정은·이민영기자

wisepen@seoul.co.kr
2010-12-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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