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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장 깨진 고글 보며 전의… 실탄 장전순간 긴장감 사라져”

“부대장 깨진 고글 보며 전의… 실탄 장전순간 긴장감 사라져”

입력 2011-01-25 00:00
업데이트 2011-01-2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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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원 수기 공개 ‘긴박했던 그날 그순간’

소말리아 해적의 인질로 잡혀 있던 21명의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완벽하게 구출해 낸 청해부대 최영함의 검문검색대 장병 6명의 수기가 24일 공개됐다. 김모 대위를 비롯한 6명의 대원들은 수기에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특히 수기는 1차 작전에서 부상당한 팀장을 대신해 팀을 이끌게 된 김 대위가 지난 21일 2차 구출작전이 시작되기 직전 팀원들에게 비장한 목소리로 실탄 장전을 지시하는 모습 등은 당시 상황을 마치 눈앞에서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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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훈련 뚫은 나를 믿고 동료를 믿었다

김 대위는 “2011년 1월 22일 새벽 3시. 기상 명령과 함께 눈을 떴다. 1차 구출 작전 때 대장님께서 착용했던 그 총탄 맞은 고글을 보는 순간 잠을 설쳤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그날을 기억했다. 부대장의 깨진 고글을 보며 전의를 불태운 순간이었다.

그는 이어 “돌이켜 보면 (작전 투입 직전)이때가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면서 “작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서로 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실탄이 장전되는 소리를 듣자 긴장감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여단(UDT) 저격수로 작전에 참가한 박모 중사는 “해적 중 한명이 휴대용 로켓포(RPG7)를 최영함 쪽으로 겨냥하는 것을 발견하고 조준사격을 해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적었다. 혹시라도 최영함에 발포됐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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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성공 직후 UDT단체사진…해군 “작년 12월 촬영” 정정 해군 제공
작전성공 직후 UDT단체사진…해군 “작년 12월 촬영” 정정
해군 제공
●피랍소식후 2시간이상 깊은 잠 못자

그는 “만약 (로켓포가) 한발이라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면 아군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그 순간은 정말 긴박했다.”고 표현했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 긴장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격팀에 속했던 김모 중사는 “피랍 소식을 접한 이후로 하루에 잇따라 2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면서 “지옥훈련을 뚫고 나온 나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고, 할 수 있다는 다짐을 계속하며 자신감을 다져 나갔다.”고 전했다.

김 중사는 “(삼호주얼리호) 진입 후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한국 사람은 고개를 들어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그때서야 모두 안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때 선원 한 명이 ‘해적이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님을 쐈습니다’라고 하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김 중사는 “선장은 총상을 여러 군데 입었지만, 의식이 있어서 평소 훈련대로 지혈했다.”면서 “선원들은 선장이 해적들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그런 고초를 겪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의무병으로 최영함에서 작전에 참가한 우성윤 상병은 “18일 우리 부대원 동료 3명이 다쳤다는 소식에 무척 놀랐고 걱정됐다.”면서도 “침착하게 행동하자고 마음먹고 환자 치료에 힘썼다.”고 기록했다.

우 상병은 이어 “1차 작전보다 더 위험한 2차 작전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동이 트기전 새벽에 시작된 작전으로 긴장한 채 대기했다.”면서 “우리 대원들의 인명 피해가 없다는 사실에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그는 “구출작전 직후 최영함으로 후송된 부상자(석 선장)의 혈색이 너무 창백해 안 좋아 보였는데, 다행히 의식도 있었고 미국 해군 헬기에 태워 보내고 나서야 ‘아,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작전이 성공하고 나서 안도와 함께 청해부대원들이 느꼈던 자부심도 수기에 담겨 있다. 링스(LYNX)헬기 조종을 맡은 항공대장 강태열 소령은 “1차 교전 중 부상당한 전우를 후송하면서 ‘해적들이 절대 소말리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나눴고, 이를 지킬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격팀 김 중사도 “삼호주얼리호가 안정화되고 나서 그때서야 선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리 대원들의 손을 꼭 붙잡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면서 “그때 왠지 모르게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군의 존재 이유, 우리 UDT 대원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국민을 보호하는 강한 국가, 내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적었다.

병기 담당이었던 신명기 중사도 “작전이 끝나고 우리는 선원 전원을 구했으며, 우리 부대원들은 사상자가 전혀 없었다.”면서 “말이 필요없는 ‘완벽한 작전’이다. 청해부대 6진 최영함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구출한 작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적들은 우리 함정을 향해 응사하지 못했고 이는 해적들이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1-01-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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