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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입력 2012-01-02 00:00
업데이트 201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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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속 한국, 서울속 중국 현장을 가다

지난달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연회장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마련한 아주 특별한 무대가 설치됐다. 국내 유명 카페 체인업체의 중국사업 책임자인 이모(42·여)씨를 비롯한 중국거주 한국인 7명으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평소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국생활의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악으로 달래왔던 이들은 이날 무대에서 조용필의 ‘꿈’을 청중들에게 선사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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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인 가리봉 차이나타운 전경. 서울 7호선 남구로역 가리봉5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선 중국인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 식당, 중국 식료품점 등 중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중국인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인 가리봉 차이나타운 전경. 서울 7호선 남구로역 가리봉5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선 중국인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 식당, 중국 식료품점 등 중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1990년대 후반 남편과 함께 유학 왔다 정착한 이씨를 비롯해 이들의 중국 거주 사연은 제각각이다. 음악학원 강사로 일하는 색소포니스트 박모(42)씨는 그동안 중국인 부인과 가정을 꾸렸고,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이모(51)씨는 한·중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8만명 넘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왕징은 한·중 수교 20년의 살아있는 발자취다. 베이징 어디에도 이런 집단적인 외국인촌은 찾아볼 수 없다. ‘전주옥’, ‘7080카페’, ‘갯마을’, ‘장터’ 등 친숙한 우리 글 간판이 즐비하다. 중국인들도 우리 말을 곧잘 구사해 처음 중국에 온 사람들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

베이징에 ‘왕징 코리아타운’이 있다면 서울에는 ‘구로 차이나타운’이 있다.

“가게도 더 늘리고 교외에 뜰이 있는 이층집도 살 계획이에요.”

중국 지린성 둔화(敦化)가 고향인 탄춘펑(潭純鳳·52). 한족인 그녀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 2동과 건국대 입구, 경기 안산 등에서 식당만 네 곳을 운영한다.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남편의 초청으로 2007년 입국했다. 재료 공장까지 따로 둘 만큼 사업이 커지면서 여동생, 아들, 며느리 등 집안 식구 모두 입국해 함께 일하고 있다.

식당 본점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주변에 있는 이른바 ‘구로 차이나타운’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식당은 물론 중국인 지원센터, 중국 신문사, 취업소개소, 중국 상점, 중국어 간판으로 된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식당 차림표를 통해서도 이곳 사람들의 출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쓰촨식 마라탕(麻辣?), 산시(山西)풍의 다오샤오멘(刀削麵) 옌볜식 양꼬치 구이 등이 눈에 띈다. 조선족 동포뿐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얘기다.

중국내 코리아타운 역시 상하이의 구베이(古北), 산둥성 칭다오(靑島)의 청양(城陽) 등 한국인 밀집지역 어디에나 들어서 있다.

베이징의 ‘왕징 코리아타운’, 서울의 ‘구로 차이나타운’은 한·중 수교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왕징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인이 몰리면서 베이징의 대표적인 신도심으로 개발됐고, 서울의 대림동과 구로동에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인이 모여들었다. 민간 교류 확대의 결과다.

실제 수교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비약적으로 교류를 넓혀왔다. 수교 첫 해 13만명에 불과했던 양국 국민 간 교류는 2011년 640여만명으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상대국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수교 20년의 역사를 실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주현진기자

stinger@seoul.co.kr

2012-01-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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