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백악관 홈피서 ‘동해 표기’ 전쟁

한·일, 백악관 홈피서 ‘동해 표기’ 전쟁

입력 2012-04-18 00:00
수정 2012-04-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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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동해’와 ‘일본해’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미주 한인 교포들이 버지니아한인회(회장 홍일송) 주도로 백악관 홈페이지의 온라인 청원 코너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서 ‘미국 교과서 동해 표기로 바로잡기’ 서명운동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청원서는 ‘동해-우리 교과서 안의 잘못된 역사’라는 제목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은 끔찍한 군사적 팽창주의를 통해 1928년에 ‘동해’(원래 이름)를 ‘일본해’로 바꿨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 청원서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뒤 보름 만인 지난 5일 한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서명자가 2만 5000명을 넘어섰다. 규정상 온라인 청원이 올라온 뒤 한달 안에 서명자가 2만 5000명을 넘으면 백악관은 그로부터 한달 안에 청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어야 하며, 정책적 타당성이 있으면 관계부처로 사안을 넘기게 된다. 이에 따라 한인회 측은 ‘일본해’가 공식 명칭으로 돼 있는 미국 교과서를 ‘동해’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열렸다며 고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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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미국 교과서의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놓고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맞붙었다. 왼쪽은 미주 한인 교포들이 온라인 청원란에 제출한 ‘미국 교과서 동해 표기로 바로잡기’ 청원서와 17일 새벽 현재 2만 7000명을 돌파한 서명자 현황. 오른쪽은 일본 교포들이 제출한 ‘일본해’ 표기 유지를 주장하는 청원서와 서명자 수. 백악관 홈페이지
한국과 일본이 미국 교과서의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놓고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맞붙었다. 왼쪽은 미주 한인 교포들이 온라인 청원란에 제출한 ‘미국 교과서 동해 표기로 바로잡기’ 청원서와 17일 새벽 현재 2만 7000명을 돌파한 서명자 현황. 오른쪽은 일본 교포들이 제출한 ‘일본해’ 표기 유지를 주장하는 청원서와 서명자 수.
백악관 홈페이지
●日 “한국, 미군 철수 요구” 왜곡

그런데 지난 13일부터 이 청원 코너에 ‘일본해-우리는 아이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사흘 만인 17일 오전 3시(현지시간) 현재 벌써 1736명이 서명한 것으로 뒤늦게 한인사회에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 청원서는 “1928년에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바꿨다는 한국인들의 주장과 반대로 일본해는 원래부터 줄곧 일본해였다. 우리 어린이들은 진정한 역사를 계속해서 배울 권리가 있다.”고 적시, 누가 봐도 동해 청원에 대한 반박성 청원임을 알 수 있다. 이 청원은 미시간주 거주 ‘나리히라’라는 사람이 올린 것으로 돼 있으며, 서명자들 이름은 대부분 일본식이었다.

이에 따라 재미 일본교포나 일본 본토 거주 일본인들이 한인들의 동해 이름 찾기 운동에 위기감을 느끼고 조직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해 청원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 공산주의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으며 한국전쟁에서 피 흘린 미국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지금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인회 “21일까지 서명 동참을”

동해와 일본해 청원이 둘 다 2만 5000명을 넘을 경우 두 청원에 대해 합동으로 백악관에서 공청회가 열려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오전 3시 현재 동해 청원 서명자는 2만 7619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인회 측은 서명 마감일인 오는 21일까지 최대한 많은 숫자가 서명을 해 최종적으로 일본해 서명자 숫자를 웃돌아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동포들의 막판 서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서명은 백악관 웹사이트(http://wh.gov/Ryk)에 접속해 이름과 이메일주소만 입력하면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누구나 가능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4-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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