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매일 北 ‘말폭탄’ 맞대응

한국·미국과 북한 간 ‘강(强)대 강’ 대결이 한반도를 ‘전쟁전야’ 직전까지 몰고 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호전적 도발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한국 정부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사고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국지 도발은 있을 수 있어도 전면전 도발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국지 도발이 언제든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시계제로’에 놓여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똑같이 강하게 맞서는 ‘치킨게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더 이상 말로 위기를 조성해 정세가 불안해지면 우리가 받는 정서적 파급 효과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하지 말고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새롭게 내놓으며 다변화된,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대외 전략을 펴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처 능력은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외교안보 라인의 전 부처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만 쳐다보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매일 면밀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너무 상황 관리에만 급급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며 “개별 사안이 아니라 현재의 국면에서 전체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전략을 온 부처가 달라붙어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협상이 재개되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게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이라며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것도 국면 돌파를 위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