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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김양건 안 오면 차관급” 北 “조평통 국장은 장관급”

南 “김양건 안 오면 차관급” 北 “조평통 국장은 장관급”

입력 2013-06-12 00:00
업데이트 2013-06-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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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부른 수석대표 신경전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 선정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간신히 마련된 대화의 장을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갔다.

남북은 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대표단 명단 문제로 하루 종일 ‘벼랑끝 기싸움’을 이어 갔다.

정부는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명시한 명단을 오후 1시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즉각 반발했다. 자신들이 장관급으로 여기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으니 남측도 이에 상응해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과 우리 측 김 차관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강 국장을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류 장관에 걸맞은 상대는 김양건 부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의를 제기해도 우리 측은 명단을 바꿀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김 부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자 결국 우리측은 ‘장관급’을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에는 현재 공석이지만 위원장도 있고 부위원장도 여러 명 있는데, 그 하위 직책을 맡고 있는 서기국 국장을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의 인사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김 부장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부당한 주장을 철회하는 조건에서만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결국 북측은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하고 판문점 연락관을 철수시켰다.

남북회담의 역사를 돌아보면 실무적 차원의 문제나 외적인 요인으로 회담이 개최 직전에 연기되거나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01년 3월 13일 열기로 남북 양측이 합의했던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전금진 당시 북측 단장이 회담 개최 예정일에 갑자기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내 열리지 못했다. 당시 전 단장은 뚜렷한 이유 없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회담에 나올 수 없게 됐다”고 밝혔으나 조지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한 불만 등이 겹친 것으로 분석됐다. 5차 장관급회담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개최됐다.

같은 해 4월 개최 예정이던 4차 적십자회담도 북측이 회담 장소 등과 관련해 남측에 아무런 통보를 해오지 않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됐다가 결국 이듬해 9월 금강산에서 열렸다. 2002년 5월에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가 예정일 하루 직전 북한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북한은 당시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언급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공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그동안 유럽연합(EU) 등 상대국과 대화를 할 때 대표의 급이 맞지 않는다며 대화를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6-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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