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우 코트라 무역관장 피랍 72시간 만에 전격 구출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20일 0시 30분) 리비아 트리폴리 시내에서 무장 괴한 4명에게 납치됐던 한석우(39) 코트라 무역관장이 피랍 72시간 만인 22일 오후 5시(한국시간 23일 0시) 전격 구출됐다.한 관장이 단시일 내 풀려난 데는 한국과 리비아 양국 정부의 정보 공유와 납치 조직을 상대로 한 양동작전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납치범들과 접촉하며 교섭 시간을 버는 사이 리비아 정부는 정보 채널을 총가동해 한 관장의 억류 장소를 파악하고, 구출 작전을 준비했다. 납치범들은 당초 23일 오후 1시(한국시간 23일 오후 8시)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리비아 측이 한 관장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큰 저항 없이 납치범들을 체포했다”며 “구출 과정에서 우발적인 교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구출 작전을 전개했다는 평가다. 외교부는 ‘몸값 지불설’에 대해 납치범들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총력전을 폈다. 스위스를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피랍 보고를 받고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모든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안전하게 구출하라”고 지시했다. 윤 장관은 곧바로 리비아 외교장관과 통화해 전폭적인 협조 약속을 받았고, 우리 측 외교장관 특사를 급파해 공조하도록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피랍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우려가 매우 컸고, 사태도 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관장의 안전은 피랍 당일인 20일부터 확인됐다. 외교부가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당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신변이 안전하다는 내용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때부터 납치범들과의 접촉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독자적으로 현지 민병대 및 무장 세력과 접촉했고, 이를 리비아 당국과도 공유했다. 납치 동기는 정치적 목적보다는 금품을 노린 행각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범들은 소규모 무장 그룹의 일원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한국인이나 한 관장을 특정해 노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인 트리폴리포스트는 “납치범들은 정치·이념적 이유보다는 실업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려던 청년들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4-01-2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