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한중공조’서 1년새 ‘한일협력·한중갈등’으로북핵 변수 감안하더라도 중장기 전략 부재 지적 불가피
24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계기로 한일관계와 한중관계의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했다.GSOMIA 체결을 계기로 한일간에 군사분야 협력에까지 본격 진입한 반면 한중간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문화 영역까지 미치며 ‘금한령’(禁韓令·한류에 대해 제약을 가하는 것)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한국 대 주변국 외교의 현주소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일본에서 거론된 한국의 ‘중국 경사론’(중국에 치우쳤다는 의미)이 한국 국내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를 낳을 정도였다. 군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靖國) 등 역사인식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의 와중에 정부는 중국과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데 긴밀하게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방 지도자들이 보이콧한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때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선 장면은 한중 ‘밀월’의 상징인 동시에 한국 외교의 ‘딜레마’를 보여준 일로 평가됐다.
대 주변국 외교의 양상은 작년 12·28 한일 군위안부 합의 이후 180도 변했다. 일본과는 역사인식 등 문제를 사실상 옆으로 치워둔 채 군사·안보 협력의 문을 연 반면 중국과는 정부와 민간에서 동시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올해 들어서만 2차례 이뤄진 북한의 핵실험과 30회 안팎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인한 안보 위기 고조였다.
그 와중에 중국이 대북 제재 강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격렬하게 반발함에 따라 한국 정부가 중국을 통한 북핵 해결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고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에 주력키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결국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기치로 내 건채, 낮은 수준에 머무는 한중일 간의 안보·정치 협력을 강화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 비전 실현은 점점 요원해지는 양상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1년 남짓 사이에 대 주변국 외교가 ‘롤러 코스터’를 탄 것은 결국 한국 외교의 중장기 전략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24일 “국제정치 상황의 격변 속에 우리 외교안보의 전략적 기조가 존재했는지, 다양한 변수를 읽어내는 역량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향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진폭이 매우 클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잘 대응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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