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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사드, ICBM 막을 수 있는가” 강경화 “충분히 설명”

왕이 “사드, ICBM 막을 수 있는가” 강경화 “충분히 설명”

강병철 기자
입력 2017-08-06 22:34
업데이트 2017-08-0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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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장관 첫 회담

정상회담 재개도 당분간 안갯속… 中측, 한국기자 퇴장 요구하기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6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당국자들이 만난 자리여서 시작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은 사드 임시배치 결정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제기했고 이에 우리 정부도 “사드는 방어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맞섰다. 당분간 한·중 사이에는 ‘찬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장관들은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사드 임시배치 문제 논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모두발언에서 사드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제기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주요 의제는 사드였다”고 소개한 뒤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양국 관계의 정상적 발전에 영향을 준다”면서 “이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 측은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 직후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했지만 사드는 ICBM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또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미국 MD체계의 편입이라고 이해하는 중국의 시각이 반영된 셈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중국의 입장을 반복했고, 우리는 북한의 고도화된 도발 상황에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에 인용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중국 속담을 거론하며 한·중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드 임시배치를 전격적으로 지시하고 중국이 이에 대한 불만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한·중 정상회담 재개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냉랭했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왕 부장은 지난해 ARF를 계기로 한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당시처럼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행동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내 굳은 표정으로 발언했다.

강 장관의 발언에는 씁쓸한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양국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일부 발언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기도 했다. 다만 배석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강 장관의 모두발언 도중 한국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해 일부 마찰이 일기도 했다.

마닐라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08-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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