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은 없다’…문 대통령, 중·일·러에 ‘한반도 큰그림’ 설명

‘패싱은 없다’…문 대통령, 중·일·러에 ‘한반도 큰그림’ 설명

입력 2018-03-12 10:39
수정 2018-03-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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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자회담 의장국이자 4자회담 필수 멤버…비핵화·평화 로드맵 설명

日, ‘재팬 패싱’ 우려 속 대화개입 움직임…이행검증·경제지원 역할 중요
러, 6자회담 멤버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동북아 평화체제 논의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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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 03. 12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 03. 12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북미 간 ‘중재’를 직접 맡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중국·일본·러시아로 급파, 한반도 문제의 ‘통 큰 해결’을 위한 외교적 틀짜기를 시작했다.

핵심 당사국인 남북미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큰 그림’을 그려내더라도 주변국들의 적극적 협조와 지지가 없이는 순조로운 합의 이행과 종국적인 문제 해결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6자회담 당사국이었던 중국·일본·러시아는 지난 일주일 사이 ‘초고속’으로 진행된 남북미 정상외교를 보면서 ‘패싱’(Passing·건너뛰기)를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어서, 상세한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국이다.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와 ‘지배체제’의 변화로 국내 사정이 어수선한 중국이지만,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이 크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았던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하게 흐르면서 대북 지렛대 역할과 고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매개로 ‘직접 소통’에 나서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판’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더 긴요해졌다고 보고 적극적 설득전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남북미 간 합의를 다자의 틀로 확대하려면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와 함께 추진되는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려면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참여하는 4자 회담이 필요하고, 그동안 가동이 중단됐던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중국이 과거 의장국으로서 회담을 주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의용 실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결과,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 그리고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팬 패싱’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미일 ‘압박공조’를 강조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서는 한반도 정세의 급반전에 불안감을 느끼며 뒤늦게 대화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일본은 앞으로 비핵화 합의가 성사될 경우 합의 이행과 검증, 대북 경제지원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 구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을 통해 일본이 우리 정부의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을 지지해줄 것을 설득하고, 앞으로 남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충실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6자회담의 틀과 지분을 활용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최근 들어 정치·외교적으로는 중국보다 러시아를 더 가깝게 대하는 듯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6자회담 내 동북아지역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을 맡았던 이력이 있어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평화체제 구축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틀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거쳐 러시아를 방문하는 정 실장을 통해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실장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을지는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변수는 중국과 러시아 정상 모두 장기집권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전국인민대회(전인대)를 통한 헌법개정을 통해 당초 예정된 임기(2023년까지)를 넘어서는 집권기반을 구축했다. 4연임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6년 더 집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장기집권 체제는 향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다만 아베 총리는 재팬 패싱 우려에다 사학 스캔들 파문이 맞물리면서 오는 9월 열리는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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