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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미중 협력체 모두 참여해 유연히 대응… 한중 상호 이해 증진 필요”

“韓, 미중 협력체 모두 참여해 유연히 대응… 한중 상호 이해 증진 필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8-22 17:30
업데이트 2022-08-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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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한중 관계 전문가 제언

체제·이념 달랐지만 경제 협력 등 위해 시작된 한중 관계
사드·코로나 등 양국 국민 반감 커져… 언론 적극 대응·이해 필요

내년엔 양국 국내 정치 안정화… 상반기 대면 정상회담 기대
한중 청년들 역사·정치 떠나 메타버스 등 통한 일상적 교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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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가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의 지상 대담을 통해 한중 양국의 상호 인식을 증진할 필요성과 전략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가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의 지상 대담을 통해 한중 양국의 상호 인식을 증진할 필요성과 전략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 팬데믹 탓에 인적, 문화적 교류도 닫힌 데다 양국 국민의 감정마저 거칠어진 마당에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중국 전문가이며 정부의 대중 공공외교에 자문하는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와 자오후지(趙虎吉)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전 교수의 지상대담을 마련했다. 과거 30년을 이끌어 온 동력을 돌아보며 앞으로 30년, 100년을 이끌 새로운 동력, 우리와 중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에 대해 귀 기울여 봤다.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에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여러 변수가 두 나라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새로운 30년, 양국 관계의 질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서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동률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고 대만해협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북한의 핵위협도 커지고 있다. 반면에 강대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오히려 약화돼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안정시키고 경제위기를 회복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자도생의 자국 중심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정세에도 한반도의 안정 필요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식을 공유하는 두 나라가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통해 갈등과 위기의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관리에 대비하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상호 이해 증진이 우선돼야 한다. 두 나라 정부 모두 상호존중을 강조하지만 존중받고자 하는 내용의 실체에 대한 이해부터 충분치 않다. 양국이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기초 연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오후지 중한 양국은 유사한 문화전통을 공유하지만 많은 차이점도 갖고 있다. 나를 유일한 기준으로 해 상대를 이해하고 판단하면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자는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고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고 했다. 편협한 민족주의는 ‘대내 인정’과 ‘대외 배척’으로 표현된다. 덩치가 크다고 그대로 강대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덩치와 함께 여러 면에서 영향력을 갖출 때 강대국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고 경제강국이다.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포용력과 너그러움을 갖춰 ‘선택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두 나라 모두 군자의 너그러움과 포용력을 갖춰 화이부동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상대의 핵심 이익을 배려하는 것이다.

-수교 이후 30년 동안 양국 관계를 지탱해 온 요인과 위협 요인을 꼽는다면.

자오후지 중국은 중한 관계를 영원한 이웃(永遠的隣居), 헤어질 수 없는 이웃(搬不走的隣居), 떨어질 수 없는 협력 파트너(分不開的合作伴)라고 표현한다. 30년 동안 양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념이나 제도보다 국익과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북방외교는 이념이나 제도보다 국익과 민생을 주 목표로 했기에 가능했으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수교가 톈안먼 사태로 경직된 대외관계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 중한 수교 30년을 돌아보면 외교의 핵심은 국익과 민생이지 이념이나 제도가 아니었다. 양국 간 경제발전 수준 차이가 커서 중국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투자와 기술이 필요했고 한국은 중국의 거대 시장이 필요했으며 같은 지역 내 경제 교류로 비용을 절감하는 등 서로 이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동률 한중 관계는 출발부터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인접국으로서의 협력 효과와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수교에 이르렀다. 소위 3.2.1시대, 즉 무역 3000억 달러, 투자 2500억 달러, 인적 왕래 1000만명을 자랑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런데 양적 성장에 도취돼 일반적인 국가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해소하는 경험도, 체제도 구축하지 못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정작 양국 간 갈등 시 운영하기 위해 구축했던 모든 정부 간 전략대화가 중단된 것이 두 나라 관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관계의 축적도, 내실화도 미진했고 2008년 이후 국제정세가 급격히 바뀌는 외풍의 소용돌이에 더욱 취약해졌다. 한중 관계의 도약을 견인해 왔던 경제협력도 사드 갈등,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중국 산업의 고도화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종전 경제협력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협력의 동력이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반감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한다면.

자오후지 이념과 제도가 다른 거대 중국의 궐기는 한국에 위협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그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던 중국이 바짝 쫓아오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마이크 하나씩을 잡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부의 극단적 표현들이 다수의 정서를 자극하고 순식간에 구석구석 퍼지고 정치인이 정치적 이득을 노려 국민들의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다. 물론 사드 사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드 사태 때 중국인들은 한국 군이 작전지휘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때문에 한국에 대한 평가가 많이 나빠졌다. 사드가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교두보를 내준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동률 양국 국민의 반감은 구조적 요인, 역사적 배경, 국내 정치적 요인, 인접국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00년대 이후 누적돼 왔고 장기화할 우려마저 있다. 첫째, 미중 경쟁과 대립의 심화, 한중 간 국력의 역전 등 구조적 변화가 상호 인식에 영향을 미쳐 왔다. 둘째, 최근 두 나라의 체제와 가치 지향에서의 간극이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상대국 정치 현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아졌다. 셋째, 황사와 미세먼지 등 중국발 대기오염 논란, 중국 어선들의 해양오염과 불법조업도 수시로 불거졌다. 특히 2020년 우한발 코로나 사태로 인접한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예민해졌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양국 국민이 갖고 있는 과거의 부정적 인식, 예컨대 전근대 시기의 위계적 관계, 냉전시기의 이념 대립과 전쟁 등에 관한 기억이 소환되면서 양국 국민들의 반감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양국 국민들의 부정 정서가 구조화돼 만성적 갈등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언론매체와 여론 주도층에서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관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양국의 국내외 정치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이해를 통해 상호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은 한국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 경쟁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자오후지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춘 중국은 기존의 경제질서에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는 ‘먹고살 만하게 도와줬더니 이제 빡빡 대드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미국 내 반중 정서는 대단히 보편적인 것 같고 여야 구분 없이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를 선거와 지지율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미국은 가치동맹으로 묶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한국을 교두보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중미 관계는 단순히 패권경쟁만은 아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중국의 발전을 어느 정도 늦추기는 하겠으나 막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이 중미 관계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필요로 하기에 교두보 역할을 전면 거절하는 데 큰 부담이 있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고 일본의 우익화도 양국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또 하나의 변수다.

이동률 교수는

1996년 8월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동덕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중국학회장, 통일부,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지는 기사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23008001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2022-08-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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