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해 만리포 급유공역으로 향하는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이하 KC-330) 안, 20분 후 공중급유를 시작한다는 조종사의 예고 음성이 퍼졌다.
KC-330에 탑승한 취재진은 실제 공중급유 임무 수행 과정을 지켜봤다. 임무 수행 중인 공중급유기 기내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군은 밝혔다.
약 15분 후 창밖으로 F-15K와 KF-16 전투기가 각각 2대씩 시야에 들어왔다.
F-15K는 KC-330 왼편에서 같은 속도로 나란히 비행하다가 뒤쪽으로 빠지며 사라졌다.
KC-330 후미 아래로 F-15K가 진입해 위치를 잡자 KC-330의 공중급유통제사는 급유를 위해 기체 밖으로 뻗은 붐(boom)과 F-15K 급유구를 결합하는 고난도 임무에 돌입했다.
두 항공기가 고도 1만5000피트(4500m)에서 시속 530㎞ 이상으로 항속 비행하면서 15m 내외 거리까지 근접해 직경 10㎝에 불과한 급유구가 서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공중급유통제사는 조종실 내 조종석 바로 뒤에 있는 콘솔에서 편광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3차원(3D) 카메라 영상을 보며 급유 과정을 통제하는데,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인 조주영 중령은 “연료를 주고받는 항공기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가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라며 “작은 실수가 큰 사고나 급유받는 전투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KC-330의 붐과 연료를 공급받은 항공기 급유구가 연결될 때 기체에 살짝 요동이 있을 수도 있다며 미리 취재진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나 항공기 4대에 급유하는 약 40분간 특별한 요동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 과정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의 역량과 경험, 팀워크가 느껴졌다. 공중급유 임무는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 등 5~6명이 한 조를 이뤄 수행한다.
조 중령은 “기류도 좋았고, 여러분이 취재로 계속 기내에서 이동하느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표정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급유가 시작된 지 40분 후 ‘디스커넥트’(항공기 분리)를 알리는 기내 음성과 함께 급유가 끝나고 F-15K·KF-16 4대가 시야를 벗어나 임무 공역으로 향했다.
KC-330이 F-15K와 KF-16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 데는 5~10분이 걸리는데, 이날 급유 임무는 취재와 공중 촬영을 고려해 평소보다 여유 있게 진행했다고 한다.
KC-330은 연료 24만5000파운드(약 111t)를 적재할 수 있어 한번에 F-35A 전투기 최대 15대, F-15K와 KF-16 전투기는 각각 10대와 20대까지 급유할 수 있다.
공중급유기 전력화 전에는 F-15K 전투기는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 KF-16 전투기는 독도에서 약 10분, 이어도에서 약 5분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2019년 KC-330 전력화 후에는 공중급유 1회당 약 1시간씩 임무 수행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일대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작년 8월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 ‘2022 피치블랙’ 참가 당시 우리 KF-16 편대가 KC-330으로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호주로 전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