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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상회담 비밀접촉 이례적 공개 배경

北 정상회담 비밀접촉 이례적 공개 배경

입력 2011-06-01 00:00
업데이트 2011-06-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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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목전 압박 높여 궤도수정도 노린듯”

북한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이뤄진 남북 비밀접촉을 1일 전격 공개하면서 정상회담 등 논의내용까지 상세하게 밝혀 정치권 등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날 북한이 밝힌 내용 중 상당 부분은 북한측 입장만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적 관례를 깨로 남측 대표의 실명을 밝히는가 하면 ‘돈봉투’ 같은 논란거리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접촉이 이뤄지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0년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중국에서, 2007년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측과 비밀접촉을 했다.

또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장세동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과 허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남북한을 오가며 정상회담 개최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밀접촉의 내용을 이날처럼 상세하게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주목되는 점이다.

이번 공개는 표면적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설명하기 위해 남북간의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 보인다.

이날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에서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자를 내세워 베이징 비밀접촉 정형을 날조해 먼저 공개한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남북대화 및 대북지원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 천명과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또 북측 입장에서는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이명박 정부와의 정상회담에 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국방위 대변인은 문답에서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상회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국방위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동해 군(軍)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북측은 비밀접촉 과정에서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남측의 태도를 보면서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우리 정부와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하나의 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면서 압박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러한 압박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남한과 대화의 문을 닫고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버트 킹 미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 석방 등 대미 유화 제스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밀접촉을 공개함으로써 남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27재보선이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난 뒤 여권이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성과가 불투명한 정상회담에 얽매이기보다는 비밀접촉 내용을 알려 현 정부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기적으로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남북의 실천방안이 담긴 6·15 공동선언 11주년을 앞둔 시점이라는 데 눈길이 간다. 6·15 선언 11주년을 앞두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토록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킴으로써 남남(南南)갈등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려 대북정책의 궤도수정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국방위는 최고권력기관으로 이곳에서 나온 대남입장에는 무게가 실린다”며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품어온 북한이 6·15를 앞두고 현정부를 몰아붙이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방위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내놓은 입장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최악의 국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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