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평양 잔칫날 립서비스는 없었다

中, 평양 잔칫날 립서비스는 없었다

입력 2013-07-27 00:00
업데이트 2013-07-27 00: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김정은·리위안차오 면담 안팎

평양의 잔칫날에 베이징의 ‘립서비스’는 없었다.

북한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앞에서 북한 비핵화를 두 차례나 강조해 주목된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5월 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에게 비핵화를 언급한 연장선으로, 중국의 ‘북핵 불용’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부주석은 지난 25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제1위원장을 만나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와 안정 유지 방침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대표단의 방북은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냉각된 북·중 관계 복원 속도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방북 대표인 리 부주석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당사자인 김 제1위원장에게 ‘북핵 불용’ 메시지를 전했고, 해당 발언을 대표적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하루 만에 공개한 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과 리 부주석의 면담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비핵화 대목은 뺐다.

김 제1위원장이 리 부주석에게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점에 비춰 볼 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주장하며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중 간 전통적 관계 때문에 방문했지만, 북한 핵개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중국도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행동을 개선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북 압박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6자회담 등 대화 국면을 이끌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중국 대표단의 방북에는 북한 행사에 중국이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것에 대한 한·미의 우려를 감안한 ‘정치적 장치’도 엿보인다.

리 부주석은 당 중앙정치국 위원 대신 국가부주석 직함을 앞세워, 이번 방북이 정부 차원의 행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년 전인 정전 40주년 기념식 때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당시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중앙 서기처 서기 직함을 내걸고 당을 대표해 북을 찾았던 것과 대조된다.

북한은 최 총정치국장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의 친필 서신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지만, 중국은 이번에 시 주석의 실무적인 구두 메시지만 전해 최근 중국의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7-27 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