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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승전행사 김정은 불참으로 더 ‘김빠진 축제’ 되나

러 승전행사 김정은 불참으로 더 ‘김빠진 축제’ 되나

입력 2015-04-30 21:55
업데이트 2015-04-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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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개 초청국 중 25개국 정상만 참석…흥행 요인 사라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러 계획 취소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의 빛이 더욱 바래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 지도자들이 대부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미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던 승전 행사가 그나마 최대 ‘흥행 거리’로 주목받던 김정은의 참석까지 무산되면서 더욱 김이 빠지게 된 모양새다.

러시아는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조국전쟁’, 2차 대전 중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대(大) 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조국 전쟁이란 용어엔 군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 제패를 꿈꾸던 정복자들을 무찔렀다는 민족적 자부심이 깔려있다. 러시아가 승전 기념 행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가 초청장을 보낸 68개국 정상 가운데 25개국이 승전 행사 참석을 확인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서방국 정상들은 빠졌다. 옛 소련권 국가들과 중국, 인도, 베트남, 쿠바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일부 국가 정상들만이 참석을 통보했다.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행사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참석률이다.

서방국가들은 불참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공개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개입하고 있는 마당에 붉은광장에서 펼쳐질 군사퍼레이드 행사를 지켜보면서 박수를 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서방 국가 정상들이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7일 서방국 정상들의 방러 거부 이유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떤 정상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이데올로기적 고려에서, 어떤 정상은 ‘일인자’(미국)의 지시에 따라, 누군가는 겁이 나서 행사 참석을 거부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방국 정상들의 불참 발표가 이어지던 와중에 김정은의 참석 계획은 그나마 행사 주최 측의 위안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유례없는 폐쇄 국가인 북한 지도자가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전통 혈맹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찾는다면 그의 방문만으로도 충분한 국제적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러-북 정상회담은 지난해부터 급속히 진전돼온 양국 관계의 정점을 찍는 사건으로 국제적 뉴스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단된 북핵 6자회담 재개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려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이 같은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실추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회복시켜 주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받는 북한 지도자를 모스크바로 초청한 러시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성과로 인정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푸틴은 이미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유사한 외교적 성과로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직후인 지난 2000년 7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김정일로부터 미사일 시험 발사유예 약속을 받아내 국제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물론 그로부터 몇 달 뒤 김정일이 푸틴과의 합의가 농담이었다고 밝힘으로써 합의가 무산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는 여전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대 현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승전 기념행사에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최대 흥행 요소도 김정은 방러 계획 취소로 무산됐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선 승전 행사에 김정은의 참석을 약속했던 북한이 마지막에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한 꼴이 돼 이번 결정이 그동안 급진전돼온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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