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20테러’ 뛰어넘는 대규모 사이버공격 준비했다

北, ‘3.20테러’ 뛰어넘는 대규모 사이버공격 준비했다

입력 2016-06-13 13:32
업데이트 2016-06-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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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등 전산망 취약점 뚫고 침투…통제권 확보·자료 탈취F-15 설계도면·군 통신망 관련 자료 등도 유출돼

북한이 국내 대기업 전산망을 뚫고 들어가 대량의 자료를 빼낸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북한은 전산망 침투 이후 10만대가 넘는 PC를 언제든 좀비로 만들어 공격에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였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사이버테러 관련 첩보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4차 핵실험 직후인 올 2월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코드 관련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한 결과,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 160여곳에서 사용하는 PC 통합관리망이 뚫린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관리망은 한 민간업체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이를 설치하면 관리자가 원격으로 다수 PC를 관리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업데이트하거나 불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삭제할 수 있어 많은 PC를 운용하는 기업·기관 등이 사용한다.

북한은 이 관리망의 보안상 취약점을 찾아내 시스템에 침투, 전산망 통제권과 각종 내부 문서를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해킹이 시작된 인터넷 프로토콜(IP)은 평양 류경동 소재로 확인됐다. 2013년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을 공격한 3.20 사이버테러 당시 확인된 IP와 동일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 공격으로 탈취된 문서는 4만2천608건으로, 여기에는 군 통신망 관련 자료와 미국 F-15 전투기 날개 설계도면, 중고도 무인정찰기 부품 사진 등 방위산업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이번에 탈취된 문서 가운데 항공기 엔진이나 제어기술 등 군사기밀에 큰 위험이 닥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서비스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도 동일한 관리망 프로그램을 사용한 탓에 이번 공격에서 자료를 탈취당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북한이 해당 관리망을 통해 기업·기관 전산망에 침투, 언제든 하부 PC에 악성코드를 유포해 좀비 PC를 만든 뒤 대규모 공격에 이용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통제 가능했던 PC는 14만대 선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실제 대규모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SK네트웍스서비스 등 피해 업체에서 자체 대응팀을 가동하는 등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 관리망의 결함을 신속히 밝혀낸 덕분에 보안 패치작업이 빠르게 이뤄져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북한이 이번 해킹으로 실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면 피해는 3.20 테러의 2.5배에 달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3.20 테러 당시 PC 4만8천284대가 파괴되고 10일간 업무 마비 사태를 낳아 9천억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국가적 규모의 사이버테러를 시도하고자 장기간 사전 준비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그룹사에 대해 사이버테러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서버와 PC 통제권을 탈취하고서도 이를 감춰둔 채 또다른 공격 대상을 확보하고자 지속적으로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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