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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인, 4·3 유가족에 ‘90도 인사’…국민 통합 속도

尹 당선인, 4·3 유가족에 ‘90도 인사’…국민 통합 속도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2-04-03 14:04
업데이트 2022-04-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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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첫 4·3 추념식 참석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념사를 끝내고 유족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4.3 제주도사진기자회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념사를 끝내고 유족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4.3 제주도사진기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 4·3 추념식에서 희생자 넋을 기린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 통합’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주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김부겸 국무총리 등과 함께 추념식 행사장에 등장했다. 가슴에는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동백꽃은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은 4·3의 상징이다.

●“유가족 삶과 아픔, 국가가 어루만질 것”
윤 당선인은 추념사에서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2022.4.3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2022.4.3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는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며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제주도민에게 “지난 2월 제가 이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다.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과 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했다. 완연한 봄이 온 것”이라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도 따뜻한 봄이 피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 낭독 후 장내에 유족들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은 선거 기간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2월 5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얼마나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치 않겠지만,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하게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4.3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4.3 인수위사진기자단
●후보 시절부터 “합당한 보상, 최대한 노력”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메시지에서 “제주는 상처가 깊었지만 이해하고자 했고,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고통을 평화와 인권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며 “슬픔을 딛고 일어선 유족들, 제주도민들께 추모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념식에는 추모 메시지로 대신했지만, 재임 중 2018년, 2020년, 2021년 3차례 추념식에 참석했다.

제주 4·3은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민들이 줄기차게 해결을 요구했지만,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다 김대중 정부 때 비로소 공론화됐다. 1999년 12월 ‘제주 4·3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4·3에 대해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006년에는 노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참석했다.
정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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