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눈 수형자 한복입고 ‘곰세마리’ 춤

푸른눈 수형자 한복입고 ‘곰세마리’ 춤

입력 2010-02-24 00:00
업데이트 2010-02-24 00: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 가보니

23일 오전 문을 연 충남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 철문을 지나 외국인 수형자들이 생활하는 사동으로 들어가자 묘한 냉기가 흘렀다. 2명이 생활하는 6.48㎡ 넓이의 수용실은 비어있었다. 최대 6명이 생활하는 15.48㎡ 넓이의 수용실은 따뜻해진 날씨와 남향인 덕분에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관물대에 빼곡히 쌓여있는 각종 책들이 수형자들의 국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방 한켠을 차지하는 화장실 벽에 붙은 반라의 여성모델 사진들에서 수형자들의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
23일 개청한 충남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에서 외국인 재소자들이 한복을 입고 예절 교육을 받고 있다. 천안 연합뉴스
23일 개청한 충남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에서 외국인 재소자들이 한복을 입고 예절 교육을 받고 있다.
천안 연합뉴스
수형자들은 각 조별로 흩어져 직업훈련과 문화강좌에 참가하고 있었다. 교도소 내 문화의 집 2층 강의실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인 ‘굿모닝코리아’ 강좌였다. 강의를 진행하는 정윤자 단국대 교수는 울리야노프(가명), 마이클(가명), 잭(가명) 등을 앞으로 불러내, 이날 배운 노래 ‘곰세마리’를 율동과 함께 부르게 했다. 큰 덩치의 수형자들이 몸을 흔들며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기 시작하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고, 다른 수형자들도 이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문화의 집 1층 전통문화체험실에서는 수형자들이 한복입기를 배우고 있었다. 2주에 1회씩 진행되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 교실이었다. 수형자들은 시범에 따라 두루마기의 고름을 매려고 했으나 쉽지 않은 듯 강사에게 연신 도움을 요청했다.

특별활동실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가 진행됐다. 지역 사물놀이 팀의 지도에 따라 수형자들은 고개를 흔들며 북·꽹과리·장구·징을 내리쳤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등 전국의 교정시설에 수용된 외국인은 40개국 1508명. 이 가운데 27개국 589명이 천안외국인전담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까지 교도소에서 교화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문화적 차이를 감내하는 2중고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세계 최초로 외국인전담교도소를 설치하면서 교화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교도소는 수형자들을 국적별·종교별로 분류해 수용하고, 한식과 외국인식 등 2개의 식단을 제공한다.

또 몽골어·베트남어·러시아어·스페인어·중국어·영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어 능력 교도관을 배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담교도소의 설치로 외국인 수형자의 인권보호와 내국인 수형자와의 균등처우 원칙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천안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02-24 15면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