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계 큰별 ‘비실이’ 배삼룡 하늘무대로

코미디계 큰별 ‘비실이’ 배삼룡 하늘무대로

입력 2010-02-24 00:00
업데이트 2010-02-2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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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배삼룡(본명 배창순)씨가 23일 새벽 2시10분 8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해온 고인은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중환자실을 오가며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으나 끝내 무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인은 2007년 6월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다. 최근 자가 호흡을 하고, 가끔 말도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외아들 동진씨는 “아버지는 의식이 없어 유언도 남기지 못하셨다. 지난해 말 의식이 있을 때 ‘다시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신 것이 결국 마지막 말씀이 됐다.”며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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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원로 코미디언 고 배삼룡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원로 코미디언 고 배삼룡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웃으면 복이 와요’로 큰 인기

‘바보 연기의 원조’로 불리는 그는 1968년 MBC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해 ‘웃으면 복이 와요’, ‘부부 만세’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특유의 바보 연기, 허약 체질 연기로 ‘비실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동갑내기 단짝 구봉서와 콤비를 이뤄 1960~70년대 한국 방송 코미디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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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평소 연기 철학은 ‘웃음은 남을 주고 한숨은 내가 갖는다.’였다. 특히 허약한 두 다리를 우스꽝스럽게 흔드는 일명 ‘개다리 춤’과 몸을 사리지 않고 엎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다. 당시 TBC, MBC, KBS 등 방송국들이 그를 두고 치열한 출연 경쟁을 벌이면서 1973년 12월에는 대낮에 납치극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사람팔자 시간문제’, ‘9대 독자 사랑법’ 등 400여편의 드라마와 ‘요절복통 007’(1966), ‘나의 인생고백’(1974), ‘형사 배삼룡’(1975), ‘마음 약해서’(1980), ‘철부지’(1985)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그는 1980년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연예인 숙정대상 1호’로 지목되며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다. 시대에 역행하고 사회의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중 한 명을 내놓고 지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뒤 미국으로 떠난 그는 1983년 귀국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활고를 겪었고,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후에는 약 2억원의 병원비를 체납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97년 유랑악극 ‘눈물의 여왕’ 성공으로 어렵사리 재기에 성공한 그는 ‘그 때 그 쑈를 아십니까’로 3년여 인기를 다시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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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위로하는 구봉서씨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다 별세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빈소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24일 오전 고인의 동료였던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유가족 위로하는 구봉서씨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흡인성 폐렴으로 3년째 투병하다 별세한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의 빈소가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24일 오전 고인의 동료였던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한국의 채플린 쓰러졌다” 추모열기

이날 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 유족을 위로하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조문했다.

엄용수 코미디협회장을 비롯해 이용식, 김미화, 최양락, 임하룡, 이영자, 주병진 등 후배 코미디언들은 “천재적인 바보 선배”, “아버지이자 우상 같은 분”이라며 비통해 했다. 지난해 제1회 희극인의 날을 개최하면서 병상에서 고인의 핸드 프린팅을 떴던 이용식은 “6개월 전부터 선배님의 영정사진을 준비해놓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례는 한국코미디협회장으로 3일간 치러진다. 유족은 기념비 건립을 추진 중이고 방송사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검토 중이다.

네티즌들의 추모 열기도 뜨겁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추모 서명 사이트에는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 쓰러졌다.”는 등의 추모 글이 잇따랐다.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 딸 경주·주영씨가 있으며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고인이 걸어온 길

▲1926년 강원도 양구 출생

▲1946년 유랑 악극단 ‘민협’ 입단

▲1968년 MBC 코미디언 데뷔

▲1973년 방송사 ‘배삼룡 납치극’ 소동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방송출연 정지당한 뒤 도미(渡美)

▲1983년 귀국. 사업 실패

▲1997년 악극 ‘눈물의 여왕’으로 재기

▲2003년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 화관장

▲2009년 제1회 희극인의 날 기념해 병상서 핸드 프린팅
2010-02-2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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