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원인 놓고 괴소문 급속 확산

침몰 원인 놓고 괴소문 급속 확산

입력 2010-04-02 00:00
업데이트 2010-04-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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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자폭설,TV시청 사고설,속초함 오폭설 등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괴담이 퍼지고 있다.

 사고 직후 군사지식이 풍부한 네티즌과 해군 전역자를 중심으로 그럴듯한 추론이 쏟아졌으나 이제는 ‘아니면 말고’ 식의 황당한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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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10시56분께 속초함의 사격통제 레이더 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로 고속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를 포착, 당시 긴박한 상황하에서 이를 적(북한) 함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후 숨어 있다가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주포인 76㎜ 함포를 5분간 130여발 발포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10시56분께 속초함의 사격통제 레이더 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로 고속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를 포착, 당시 긴박한 상황하에서 이를 적(북한) 함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후 숨어 있다가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해 주포인 76㎜ 함포를 5분간 130여발 발포했다.


 ◇ 북한공격설 vs 자체결함설

 각종 유언비어 중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가장 뜨겁다.

 2일 오전 인터넷 군사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포털 사이트의 천안함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은 북한의 공격설과 선체 결함에 따른 침몰설로 양분된다.

 북한의 공격설을 주장하는 쪽은 사고 당일을 전후해 북한 반잠수정의 활동이 포착됐다는 뉴스와 사고 직후 TNT 170~180㎏분의 지진파가 측정된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네티즌 ‘케르켈렌’은 “지질연구소가 TNT 180㎏의 위력에 해당하는 진도 1.5 규모의 지진파가 관측됐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중어뢰의 공격으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천안함이 침몰한 위치가 어뢰를 발사하기에는 수심이 얕은 점을 지적하며 수중 특수요원을 이용한 폭파 공격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네티즌 ‘GREEN’은 “지난해 서해에서 북한 해군정이 반파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보인다”며 “북한 수중특공대가 자살공격,즉 인간어뢰 공격을 해 천안함이 피격된 것이 확실하다”고 적었다.

 천안함 자체의 선체 결함으로 침수가 시작돼 결국 침몰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 ‘HEAVEN’은 “천안함은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다가 이틀 만에 작전에 투입됐다”며 “배에 물이 샌다는 증언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체 노후로 배가 갈라진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붉은창공’도 “천안함은 수차례 수리를 받았으며 물이 샌다는 말 또한 여러 경로로 흘러나오고 있다.낡은 선체가 더는 버텨낼 수 없어 침몰했을 것”이라고 썼다.

 선체 결함설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정부와 군이 북한에 책임을 떠넘기려 속초함에 사격을 지시했다’거나 ‘실종자가 구조돼 선체 상태에 대해 증언하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구조를 지연한다’는 등의 황당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침몰 천안함… ‘무심한 하늘’

 ◇ 괴담에 음모론까지

 천안함 승무원 가운데 북한군 특수요원이 있었을 개연성을 언급하거나 자살을 기도한 병사가 천안함 내부에서 폭탄을 터뜨렸다는 등 근거가 희박한 소문과 음모론 성격의 글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천안함 승무원이 취침 준비를 하는 등 당시는 전혀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속초함의 오인 사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상상력을 펼쳤다.

 천안함이 통상 항해 구역을 벗어나 백령도 연안으로 접근한 이유를 두고도 TV전파 수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천안함 승무원이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시청하고 있었다”며 “천안함이 TV공중파 신호를 잡으려고 이동하다 암초에 좌초됐기 때문에 군에서 사실대로 발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다.

 ◇ 군은 사실공개하고 네티즌도 자제해야

 온갖 억측과 음모론이 갈수록 확산하는 것은 군 당국의 허술한 브리핑과 비밀주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군 당국의 노력이 없다면 인터넷에 난무한 유언비어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윤영철 교수는 “총체적 사실이 아닌 부분적인 사실이,더구나 조금씩 연이어 드러나는 것이 괴담 확산의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의 속성상 부분적인 사실에 상상력이 결합해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며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마치 사실처럼 굳어지는 상황이라는 것.

 윤 교수는 “군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 더는 혼란을 막으려고 총체적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조언했다.

 사고원인 규명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네티즌 역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심재철 교수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네티즌이 약간의 사실에 상상력을 동원해 일종의 소설을 쓰고 있다”며 “루머가 나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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