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번지는 구제역…사상 첫 ‘경계’ 경보

무섭게 번지는 구제역…사상 첫 ‘경계’ 경보

입력 2010-04-10 00:00
업데이트 2010-04-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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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발생 사흘 만에 확진 농가가 4곳이 됐고,2곳은 추가로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다.

 정부 수립 이래 발생한 구제역 사태 가운데 가장 급속하게 번지고 있고,살처분 규모도 사흘 만에 이미 1차(2000년)와 3차(올해 1월 경기도 포천) 때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제역 관련 위기경보를 ‘주의(Yellow)’에서 ‘경계(Orange)’로 격상시키고 비상대처에 들어갔다.구제역과 관련해 경계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이제 관건은 추가 확산을 얼마나 막느냐다.

 ●무서운 확산 속도..강화도 소.돼지 이미 대부분이 살처분 대상

 정부 수립 후 4차 구제역에 해당하는 인천 강화군발(發) 구제역의 특징은 그 빠른 확산 속도에 있다.8일 첫 의심 농가(한우 농장)가 나온 지 사흘 만에 4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추가로 2곳이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다.

 이처럼 급속한 확산은 이미 구제역이 이 일대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농가에서 감염 확진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의심 신고된 한우 농가 2곳은 아직 확진 여부가 판명되지 않았지만 설령 양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큰 의미는 없을 전망이다.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구제역 발생 농가 주변 반경 3㎞로 확대하면서 이들 농가도 그 범위 안에 들어가 이미 모두 살처분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실상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되면서 강화도는 섬의 거의 전체가 이 방역대(帶) 안에 들어갔다.북서쪽 일부가 제외된 정도다.강화도에서 기르던 소.돼지는 거의 다 살처분되는 셈이다.

 가축방역 당국은 이날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소.돼지 불문하고 모두 반경 3㎞로 넓혔는데 이런 조치는 사상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되고 돼지까지 양성으로 판정돼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로까지 구제역이 전파된 것이 결정적이었다.돼지는 호흡기를 통해 뿜어내는 바이러스가 많아 소에 비해 바이러스 전파력이 100∼3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돼지에서 구제역이 퍼졌던 2차 구제역 사태(2002년) 때에도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3㎞로 했지만 이 역시 돼지 농가에 국한해서였다.소.돼지 농가에 상관 없이 일률적으로 3㎞를 적용하기는 처음이다.

 이러다 보니 살처분 규모도 이미 1차와 3차 때를 넘어섰다.살처분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규모는 작업이 끝나야 나오지만 일단 1만6천여마리로 집계되고 있는데 1차 때는 2천216마리,3차 때는 5천956마리였다.

 돼지가 걸려 피해가 가장 심했던 2차 때는 16만155마리에 달했었다.이런 살처분 규모는 앞으로 보상금 지급 등에 따른 피해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가 이날 구제역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킨 것도 이런 심각성 탓이다.

 가축질병 중 경계 경보가 발령된 사례는 2008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때가 있는 정도다.2008년은 AI 사태 가운데서 가장 피해가 컸던 때다.

 ●관건은 강화도 밖으로의 확산 차단

 관건은 추가적인 확산의 방지다.강화도는 섬이란 특성 탓에 외부와의 교류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고,지금까지 구제역 발생도 강화도 안에 국한됐다.

 또 이미 예방적 살처분 범위의 확대(500m→3㎞) 조치로 강화도의 가축 대부분이 살처분 대상이 됐다.살처분 범위의 확대는 결국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선제적으로 살처분을 실시해 추가적인 감염이나 확산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미 구제역이 상당히 만연해 있던 정황에 비춰 가축.사람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바이러스가 섬 바깥으로 나갔을 수 있다.

 가축방역 당국은 강화도와 육지를 잇는 교통로인 강화대교와 초지대교에 대해 강도 높은 통제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람,차량의 출입을 무조건 막을 순 없지만 소독은 최대한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며 “가축의 반출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구제역 사태의 관건은 앞으로 구제역이 강화도 지역 바깥으로 확산하느냐의 여부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전파나 확산을 막기 위한 감염 경로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지금까지 4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2곳은 의심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들 농가들 간에 어떻게 서로 구제역이 옮아갔는지에 대한 단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역학적 연관성’으로 불리는 감염 농가 간 전파 매개나 경로는 앞으로 그 질병이 어디로,어떻게 번져나갈지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막는 토대가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감염 농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찾아내야하는데 개별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지금 취합하고 있다”며 “11일 오전쯤이면 역학적 연관성의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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