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킨 그대들 천국서 잘 쉬세요”
천안함 희생 장병들에 대한 국민적 추모물결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자리한 ‘추모의 벽’을 절절하게 수놓았다. 합동분향소 옆 가로 2m, 세로 1.8m 크기의 패널 6개로 된 추모의 벽은 장병들에 대한 고마움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한 시민들의 글로 가득찼다. 가랑비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쌀쌀한 날씨였지만, 어린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애도를 담은 짧은 문장의 쪽지와 편지를 썼다.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신사는 ‘추모의 벽’에 메모지를 붙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들아! 대한민국 온 국민은 천안함을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라는 글귀를 남기고 묵묵히 돌아섰다.
영웅들 이곳에 영면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한 직원이 희생 장병 46명이 안장될 합동 묘역에 빗물이 들어차지 않도록 비닐을 덮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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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년 남성은 ‘772함의 영원한 항해! 언제나 순항하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고통없고 걱정없는 곳에 가소서! 필승!’이라고 추모글을 더했다. 한 청년은 ‘이 세상 그 어떤 말로도 당신들을 위로할 수 없을 겁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이 나라와 후대들이 앞으로도 영원할 겁니다.’라고 썼다.
고사리손으로 쓴 초등학생의 쪽지들도 붙어 있었다. ‘우리를 위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파요.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사랑해요. 천국에서 잘 쉬세요. -하은 올림’이라고 썼다.
또 다른 어린이는 ‘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너무 자랑스러운 거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위험할 때 지켜줬잖아요. -지우올림.’이라고 써 희생장병들을 추모했다. 남기훈 상사의 지인인 듯한 한 추모객은 ‘기훈!! 아직도 너의 모습이 선해…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파!! 꼭 만나자. 언젠가 네가 있는 그곳에서’라고 적은 편지를 붙여 보는 이의 마음을 적셨다.
추모의 벽 옆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하얀 국화가 산을 이뤘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엔 추모의 기도와 그리움이 넘쳐 흘렀다.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한 여고생은 46인의 영전 앞에 서 집단묵념 시간이 끝났지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인천 작전동 안남고등학교 2학년 진효원(18)양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서울광장으로 달려왔다. 진양은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떨고 있을 여섯 분도 꼭 찾아냈으면 좋겠어요.”라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04-2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