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잦아도 정체전선 없다면 ‘장마인정’ 불가

폭우 잦아도 정체전선 없다면 ‘장마인정’ 불가

입력 2010-06-20 00:00
업데이트 2010-06-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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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계속 내리는데 아직 장마라고 하기는 그렇고….”

 기상청이 올여름 중부지방에서 수시로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장마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17일,남부지방은 18일 장마가 시작됐다고 발표했으나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아직 장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장마전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중부지방에 사실상 우기(雨期)가 시작됐음에도 장마가 아니라는 데 대해 일반인은 의아해하고 있다.

 서울은 6월 중순 들어 11,13,14,16,18,19일 등 엿새나 비가 내렸다.강우 일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다.

 이런데도 기상청이 장마 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상학상 장마의 정의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시기’로 돼 있다는 점이다.

 여름에 비가 아무리 자주 많이 오더라도 장마가 아니고,북태평양고기압-오호츠크해고기압 혹은 북태평양고기압-대륙고기압 사이의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와야 장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의를 적용하면 지난 18일 제주도와 남해안에 온 비는 남해안에 있는 장마전선의 영향에 따른 장맛비였으나,같은 날 중부 지방에 내린 비는 대기불안정에 의한 소나기인 셈이다.

 이런 구분이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명쾌하게 판별하기 어렵고 실생활과 맞지 않은 점이 많다는 점을 기상청도 인정한다.

 특히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남쪽에 걸쳐 있는 상황에서 저기압이 기압골을 타고 중부 지방을 통과하면서 비를 뿌리면 장마전선이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애매하다는 것이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20일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데 오히려 더 큰 폭우가 쏟아지고,정작 장마 기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마라는 단어의 어원을 들어 현실과 이론 사이의 괴리를 설명했다.

 장마의 옛말인 ‘댱마’는 길다는 뜻의 한자 장(長)과 비를 뜻하는 ‘마ㅎ’를 합한 것으로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뜻했을 뿐인데 20세기 들어 이를 기상학적 관점에서 새로 정의하게 되면서 괴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여름철에 비가 마구 내리고 있는데 ‘장마전선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기상도를 뒤지는 우스운 일이 생겼다.기상청과 학계도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당장 장마의 정의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진퇴를 반복하면서 점차 북상함에 따라 6월 말 중부 지방에도 장마가 선언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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