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1학년때부터 60여년 일기 쓴 김진구 할머니
60여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할머니가 눈길을 끈다.김진구 할머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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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최문규(73)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일기 쓰는 습관이 몸에 배면서 일기를 쓰지 않으면 허전해 거의 한평생을 일기와 함께 살아왔다.”며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적을 빼고는 항상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일기에는 날짜와 요일, 날씨 등은 기본이고 음력까지 기록된다.
2003년부터는 주제별로 4가지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선 ‘생활일기’는 가족과 마을의 대소사와 농사와 관련된 내용을 쓴다. 사망, 결혼, 잔치 등 대소사와 고추를 몇 포기 심었는지, 비료는 얼마나 뿌렸는지를 기록한다. ‘가계부일기’에는 돈을 얼마 벌었는지와 지출 내용을 적는다. 교통비는 얼마 들었고, 고추 판돈은 어떻게 되는지를 작성한다. ‘병원일기’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룬다. 어디가 아파 어느 병원에 갔는지, 주사 맞은 얘기, 무슨 약을 먹었는지를 기록한다. ‘교회일기’는 주일 목사님 설교 내용, 헌금 액수, 교우관계 등을 담는다.
초등학교 때 배운 한글실력이라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내용은 매우 꼼꼼하다. 그래서 할머니의 일기를 보면 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1993년부터 쓴 일기만 남아 있다. 김 할머니가 ‘깨끗이 정리가 안 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일기를 쓰면서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번 일기에 썼던 내용은 여간해서 잊어버리지 않고, 마을사람들 전화번호도 모두 알고 있다.
김 할머니는 “일기를 쓰니까 치매예방에도 좋은 것 같다.”며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는 게 늙은이의 남은 꿈”이라고 덧붙였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10-07-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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