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글배워 60년전 편지…” 할머니들 감동의 졸업

“일흔에 글배워 60년전 편지…” 할머니들 감동의 졸업

입력 2010-08-25 00:00
업데이트 2010-08-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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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전에도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올해 72세인 이용례 할머니는 60년 전 오빠가 보낸 편지를 꺼내볼 때마다 가슴이 메어온다고 말한다.

 황해도 옹진군 출신으로 당시 15살이었던 그는 1·4 후퇴의 난리 속에서 4살 손위 오빠와 남쪽으로 향하는 배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전라도의 한 섬에 도착했지만,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매의 생활은 비참했다.살기가 막막하자 오빠는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얼마 뒤 군대에 갔던 오빠로부터 편지가 왔지만 이 할머니는 내용을 알 수 없었고 답장도 보낼 수 없었다.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이웃의 도움으로 내용은 알 수 있었지만 답장은 결국 보낼 수 없었다.기다리면 오빠가 찾아올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오빠와의 연락은 편지 한 통을 끝으로 끊어지고 말았다.

 이 할머니는 “그때 답장이라도 보낼 수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었을 거라는 가정을 할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 오른다.결국 평생의 한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고희(古稀)를 넘겨 글을 배워보겠다고 마음먹고 작년 9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인대상 양원주부학교를 찾은 것은 이런 사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1년 간의 기초과정(초등부)을 마치고 25일 학교 대강당에서 동기생과 함께 졸업식을 맞은 이 할머니는 “이제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다.지금이라도 답장을 하면 오빠를 찾을 수 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4월 치러진 고입 검정고시에서 서울지역 최고령 합격자가 된 76세의 조월화 할머니도 이날 이 할머니와 함께 졸업장을 받았다.

 전쟁 때문에 공부를 반세기 넘게 중단해야 했던 조 할머니는 수년 전 초등학교 과정부터 시작해 중입 검정고시,고입 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했다.

 간질을 앓는 아들을 간호하면서도 수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김정임(59)씨,남편의 사업 실패와 자살 기도라는 깊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배움의 길을 걷는 홍만순(53)씨 등도 이날 열린 졸업식의 주인공들이다.

 학교 측은 “초등부 88명,중학부 63명,고등부 39명,전문부 26명 등 늦깎이 216명이 졸업장을 받았다”며 “대부분 고된 삶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살았던 주부들과 할머니다.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축복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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