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한반도 기후…이상저온·폭염·호우 왜?

‘이상한’ 한반도 기후…이상저온·폭염·호우 왜?

입력 2010-09-12 00:00
업데이트 2010-09-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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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올해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서늘한 봄’이 이어지다가 여름철에 들어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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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지는 등 많은 비가 내린 11일 오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둔치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지는 등 많은 비가 내린 11일 오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둔치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일조량 부족과 호우 등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이상기후의 ‘쌍생아’로, 특히 올해에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봄과 여름의 기후 이변에 각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한반도에서는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등 계절 길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아열대 생물의 출현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이상저온, 일조량 부족 ‘서늘한 봄’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4월의 전국 평균기온이 9.9도로 전국 평균기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4월 기온으로 가장 낮았다.

4월 월평균 하루 최고기온(15.4도)과 최저기온(4.5도)도 역대 최저였다.

이는 4월 전국 평년값(1971∼2000년의 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2.1도, 2.9도, 1.5도 낮은 것이다.

기온이 낮았던 만큼 햇빛이 구름이나 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한 시간인 일조시간도 많이 부족했다.

올해 1~8월 전국 평균 일조시간이 1천290.4시간으로 1973년 이래 2003년(1천195.8시간), 1998년(1천263.1시간)에 이어 3번째로 적었다.

일조시간 부족 현상은 봄에 두드러졌다.

4월 전국 평균 일조 시간은 176.5시간으로 평년(215.0시간)보다 훨씬 적었다.

3~5월 강원 동해안의 일조시간은 482.8시간으로 평년 625.8시간의 77.2% 수준에 머물러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부산의 3월 한달간 일조시간도 117.4시간으로 평년보다 75.5시간이나 적어 1905년 관측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때문에 봄철 농작물 생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낮기온이 예년만큼 충분히 오르지 못해 농작물 작황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폭염ㆍ집중호우로 무더웠던 여름

‘서늘한 봄’과는 달리 한반도는 여름 내내 폭염에 시달렸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이 24.8도로 평년(23.5도)보다 1.3도 높아 1973년 이래 두번째로 기온이 높았다.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의 배 가량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고, 폭염일수(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최고 열 지수가 32 이상)도 10.5일로 평년(8.2일)보다 2.3일 많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7~8월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 남부로부터 고온다습한 남서기류가 유입돼 기온이 높았고, 한낮의 복사 가열로 최고기온이 더욱 높아져 열대야와 폭염도 자주 발생했다”고 말했다.

8월 이후에는 집중호우성 비가 전국 곳곳을 적셨다.

8월에 내린 비(374.5mm)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장마 기간의 강수량(304.2mm)보다 더 많았다.

여름 강수일수가 44.2일로 평년(36.8일)보다 7.4일 많았고, 1시간 강수량이 30㎜ 이상인 날이 2.2일로 1973년 이래 세번째로 많아 집중호우성 강수가 많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8월 들어 24일간 비가 내려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8월 중 가장 자주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가을로 접어든 9월 상순에도 태풍과 집중호우로 많은 비가 내려 8월1일~9월11일 서울의 강수량은 933.2mm로 전체(1~12월) 강수량 평년치 1천344mm의 4분의 3가량이 불과 40여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원인은

이상저온과 폭염, 집중호우 등 계절별로 이상 기후를 보이고 있지만 현상별 원인은 모두 ‘지구온난화’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올해 봄 기후가 서늘했던 이유는 온난화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높은 ‘엘니뇨’의 영향이 5월까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난화로 엘니뇨로 시베리아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냉기가 한반도가 있는 위도까지 내려와 봄철 저온 현상이 지속됐다.

특히 북극 주변지역에서 장기간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우리나라 북쪽으로 찬 공기 벨트가 형성되면서 찬 대륙고기압이 변질하지 않은 채 세력을 봄철까지 유지해 기온을 떨어뜨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여름철의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진 것에는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0.5도 이상 떨어지는 현상인 ‘라니냐’가 한몫했다.

올해 봄까지 예년보다 높던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5월부터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예년보다 오히려 0.6도 가량 낮은 상태가 이어졌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어 서태평양 지역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상태를 보였고, 이 때문에 여름 날씨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오랜 시간 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덥고 습한 기단이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영향을 끼치면서 여름철 한반도에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뜨거워진 한반도…여름 길어지고 겨울 짧아져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기후는 기상 이변뿐 아니라 계절의 길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기상청이 2000~2009년 전국 60개 지점에서 관측한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2.8도로 평년값(1971~2000년)인 12.3도에 비해 0.5도 상승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봄과 여름이 일찍 시작되지만, 가을, 겨울의 시작은 늦어지고 있다.

1966~2009년 춘천 기온을 측정한 결과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각각 10일, 8일 일러졌지만, 가을과 겨울은 각각 7일과 2일 늦게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 온도는 5도 이상이며 여름은 20도 이상, 가을과 겨울은 각각 20도와 5도 이하다.

1910년대와 2000년대 대구의 계절별 지속기간을 비교하면 2000년대 들어 봄이 11일, 여름은 20일 늘었지만, 가을은 1일, 겨울은 30일 감소했다.

기상청은 2040년에는 1990년에 비해 여름은 9일 늘어나고 겨울은 8일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반도 아열대화…아열대 생물종 속속 출현

한반도가 점점 뜨거워져 그동안 아열대 지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생물이 제주와 남부지방 등 속속 출현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은 아열대 조류인 검은슴새를 지난 7월28일 제주도 조천읍 북촌에서 최초로 관찰했다.

국내 미기록종인 검은슴새는 동남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과 대만, 하와이 등 아열대 지방 먼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다대포항에서 약 19km 떨어진 남형제섬 바다에서는 최근 아열대성 산호류와 어류가 다량으로 발견됐다.

또 어랭놀래기, 자리돔, 뱅에돔 같은 아열대성 어류도 다양하게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적 영향이나 해류, 생태계 구조변화 등의 요인으로 남형제섬 주변 바다가 완전히 아열대화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열대작물이 남부지방에서 재배되기도 한다.

전남 해남군은 지난해 0.6㏊ 규모의 밭에서 파파야와 구아바, 블루베리 등 열대 과일나무 실증 재배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블루베리와 비파, 열대채소 재배사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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