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모래내시장.
방앗간,과일가게,떡집,정육점,생선가게,쌀집,해장국집이 한데 어우러져 전통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는 흔치 않은 곳이지만,골목 곳곳에 철문을 굳게 내린 가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J한복집 주인 이명자(73.가명) 씨는 “문 닫은 집들은 다 장사가 안 돼 그만두고 나가버린 집”이라며 “이 주변이 싹 재개발되면서 사람이 줄어든데다 다들 백화점으로만 몰려 최근 3년 동안은 장사가 통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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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집과 이불가게가 즐비한 이 골목에서 20분간 머무는 동안 토요일 낮임에도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사람마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경기도 나아졌고 추석 때인데 추석빔을 사러 오는 손님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 씨는 “오늘 개시(첫 물건을 파는 일)도 못했다.언론에서 경기가 좋아졌다고들 하던데 도대체 누구한테 좋아진 거냐”고 되물었다.
과일,생선,육류 등 신선식품을 주로 파는 골목으로 나오니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 활기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막상 상인들에게 다가가 “추석인데 장사가 좀 되느냐”고 물으면 바로 굳은 표정으로 고개부터 내저었다.
37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과일장수 김예순(63) 씨는 “요즘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우리”라며 “과일 값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그렇다고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안 사다 놓을 수는 없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올봄 이상저온과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오를 대로 오른 식탁 물가를 반영하듯 시장 곳곳에서 상인과 손님들이 물건값을 흥정하면서 연거푸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소리를 엿들을 수 있었다.
시장을 뒤로하고 찾아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일단 백화점에 들어가려 주차하는 데만도 수십 분이 걸렸고 지하 1층 식품매장에 들어서자 통로에 잠시 멈춰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에게 채였다.
과일,육류,굴비,곶감,버섯 등 종류별로 말끔하게 포장된 다양한 선물세트와 단정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점원들이 손님을 맞았다.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선물세트 배송 접수창구에서는 직원들이 손님 주문을 받거나 한쪽에 쌓아놓은 송장(送狀)들을 세고 정리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정육 매장의 한 직원은 “육류를 선물로 보내려는 고객이 꾸준히 많은 편”이라며 “특히 올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그런지 미리미리 선물을 준비해두려는 손님들이 많아 예년보다 예약 주문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 코너에는 20만∼30만원대 선물세트는 물론이고 50만원을 훌쩍 넘긴 고가 세트도 많았는데,10여분 지켜보는 동안 두셋씩 짝을 지어 찾아와 무엇을 살지 직원들과 상담하는 손님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 백화점을 비롯해 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작년 추석 때보다 13.3∼21.6%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온기가 전통시장 등으로까지 구석구석 퍼지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전통시장과 백화점의 전혀 다른 분위기는 고객 수뿐 아니라 손님들의 연령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시장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노년층이 대부분이었으나 백화점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젊은 부부나 부모와 함께 쇼핑에 나선 젊은이,혼자 다니는 청·장년들이 주를 이뤘다.
백화점에 지인을 위한 선물을 사러온 김모(29.여) 씨는 “과일값이 올라 부담스럽지만 비싸더라도 꼭 선물을 해야 할 곳이 있어 과일세트를 주문했다”며 “아무래도 백화점이 쇼핑하기에 더 편리해 전통시장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과 백화점 양쪽을 오가니 세월이 흐르면서 유통업의 중심이 전통시장에서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로 옮겨 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런 가운데 모래내시장 한복가게 주인 이 씨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여기서 장사를 40년도 넘게 했는데 나 젊었을 때야 이 골목이 사람들로 아주 북적거렸지.여기서 우리 아들 딸을 다 키웠으니까.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시장 옷을 사기나 해? 다들 메이커(유명 브랜드) 옷만 입으니까….”그러면서도 “그래도 깎아달라면 깎아주기도 하고,인정미도 느낄 수 있으니 시장에도 한 번쯤은 들러보라고 써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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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과일가게,떡집,정육점,생선가게,쌀집,해장국집이 한데 어우러져 전통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는 흔치 않은 곳이지만,골목 곳곳에 철문을 굳게 내린 가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J한복집 주인 이명자(73.가명) 씨는 “문 닫은 집들은 다 장사가 안 돼 그만두고 나가버린 집”이라며 “이 주변이 싹 재개발되면서 사람이 줄어든데다 다들 백화점으로만 몰려 최근 3년 동안은 장사가 통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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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집과 이불가게가 즐비한 이 골목에서 20분간 머무는 동안 토요일 낮임에도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사람마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경기도 나아졌고 추석 때인데 추석빔을 사러 오는 손님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 씨는 “오늘 개시(첫 물건을 파는 일)도 못했다.언론에서 경기가 좋아졌다고들 하던데 도대체 누구한테 좋아진 거냐”고 되물었다.
과일,생선,육류 등 신선식품을 주로 파는 골목으로 나오니 그나마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 활기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막상 상인들에게 다가가 “추석인데 장사가 좀 되느냐”고 물으면 바로 굳은 표정으로 고개부터 내저었다.
37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과일장수 김예순(63) 씨는 “요즘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우리”라며 “과일 값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그렇다고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안 사다 놓을 수는 없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올봄 이상저온과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오를 대로 오른 식탁 물가를 반영하듯 시장 곳곳에서 상인과 손님들이 물건값을 흥정하면서 연거푸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소리를 엿들을 수 있었다.
시장을 뒤로하고 찾아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일단 백화점에 들어가려 주차하는 데만도 수십 분이 걸렸고 지하 1층 식품매장에 들어서자 통로에 잠시 멈춰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에게 채였다.
과일,육류,굴비,곶감,버섯 등 종류별로 말끔하게 포장된 다양한 선물세트와 단정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점원들이 손님을 맞았다.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선물세트 배송 접수창구에서는 직원들이 손님 주문을 받거나 한쪽에 쌓아놓은 송장(送狀)들을 세고 정리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정육 매장의 한 직원은 “육류를 선물로 보내려는 고객이 꾸준히 많은 편”이라며 “특히 올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그런지 미리미리 선물을 준비해두려는 손님들이 많아 예년보다 예약 주문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 코너에는 20만∼30만원대 선물세트는 물론이고 50만원을 훌쩍 넘긴 고가 세트도 많았는데,10여분 지켜보는 동안 두셋씩 짝을 지어 찾아와 무엇을 살지 직원들과 상담하는 손님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이 백화점을 비롯해 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작년 추석 때보다 13.3∼21.6%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온기가 전통시장 등으로까지 구석구석 퍼지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전통시장과 백화점의 전혀 다른 분위기는 고객 수뿐 아니라 손님들의 연령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시장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노년층이 대부분이었으나 백화점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젊은 부부나 부모와 함께 쇼핑에 나선 젊은이,혼자 다니는 청·장년들이 주를 이뤘다.
백화점에 지인을 위한 선물을 사러온 김모(29.여) 씨는 “과일값이 올라 부담스럽지만 비싸더라도 꼭 선물을 해야 할 곳이 있어 과일세트를 주문했다”며 “아무래도 백화점이 쇼핑하기에 더 편리해 전통시장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과 백화점 양쪽을 오가니 세월이 흐르면서 유통업의 중심이 전통시장에서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로 옮겨 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런 가운데 모래내시장 한복가게 주인 이 씨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여기서 장사를 40년도 넘게 했는데 나 젊었을 때야 이 골목이 사람들로 아주 북적거렸지.여기서 우리 아들 딸을 다 키웠으니까.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시장 옷을 사기나 해? 다들 메이커(유명 브랜드) 옷만 입으니까….”그러면서도 “그래도 깎아달라면 깎아주기도 하고,인정미도 느낄 수 있으니 시장에도 한 번쯤은 들러보라고 써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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