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혼란기에 유언비어가 드세게 퍼져 나가듯 경기 또는 기업과 관련된 루머는 경제위기 때 기승을 부린다.
이런 루머들 중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성격의 소문이 있는가 하면 사실무근인 악성 루머도 많다.
문제는 이 둘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5월 우리나라 증시는 몇 차례나 휘청거렸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거나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두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침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혼란의 도가니 속에 불거진 소문들은 파급력이 적잖았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설은 그리스 사태로 국가부채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란 내용이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공식적으로 소문을 부인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44포인트나 빠졌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사가 유포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 기사는 2007년 5월에 나간 것이었다. 2년 묵은 구문(舊聞)이 시장을 뒤흔든 셈이다.
이처럼 거시적인 사안과 관련된 소문은 진위가 금세 판가름나 진화도 그만큼 쉽다.
●기업은 소문 하나에도 ‘부도’
그러나 기업에 관한 소문은 피땀 흘려 쌓은 빌딩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시중에 특정 기업 자금악화설이 나돌면 채권자들이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서고 멀쩡하던 기업도 한꺼번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일반인 입장에선 기업의 내부 사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기업이 부인하거나 해명해도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소문들 중 일부는 기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훗날 사실로 판명되더라’는 경험칙도 루머의 확산에 한몫한다.
실례로 올해 4∼5월 파다하게 돌았던 두산그룹의 유동성 악화설은 결국 악성 루머로 끝났지만,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설은 해당 기업이 몇 차례 이를 부인하는 공시까지 냈지만 종국엔 사실이 됐다.
단일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악성 루머와 진실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말했다.
대우차판매의 사례에서 보듯,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악성 루머가 될 수도,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팀장은 “어떤 소문이 악성 루머냐 아니냐는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며 “경험상 루머의 80∼90%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것이고, 10∼20%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헛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더라’ 통신도 기업 발목
특정 시기, 특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떠도는 루머가 있는 반면 두고두고 기업을 괴롭히는 악성 루머도 있다.
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의 ‘일본 연루설’이 대표적이다.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는 루머가 돈 것이 2005년이었으나 아직도 사라지지 않자 진로는 올해 ‘진로에 대한 악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병 라벨엔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구체적인 지분 소유 현황까지 인쇄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비슷한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2008년 동서식품이 특정 종교와 관련됐다는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유포한 모 종교연구소로부터 사과문도 받았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헛소문이 돌면 피해 기업 쪽에선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실제 경쟁사가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밝혀진 일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소문이 그렇듯 그 뿌리를 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악성루머 대처법
악성 루머를 성공적으로 잠재운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이 2009년 ‘살라가툴라 메치가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란 광고 캠페인을 벌일 때 이 주문이 고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끔찍한 뜻이란 괴담이 떠돌았다.
이 회사 홍보팀은 곧장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를 섭외해 “전혀 엉뚱한 얘기”란 해석을 받아낸 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편 회사 블로그에 수필 형식으로 올렸다.
회사가 전면에 나서 공개 대응하는 대신 제3자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확한 사실만 흘린 것이다.
결국 이 괴담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자금 악화설에 시달린 두산그룹은 오너인 박용현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루머의 근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서야 루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해명에 가세하기도 했다.
GM대우의 경우 ‘생산 물량이 중국, 인도로 넘어가고 GM대우는 고사할 것’이란 한국 철수설이 돌자 기업 블로그를 통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루머를 잠재웠다.
단일수 팀장은 “루머가 시장에 돌면 기업에 진위를 밝히도록 조회공시를 요구하는데 이때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덮은 채 거짓으로 공시했다간 추후에 벌칙을 받을 수 있고, 소문이 거짓이라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악성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런 루머들 중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성격의 소문이 있는가 하면 사실무근인 악성 루머도 많다.
문제는 이 둘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5월 우리나라 증시는 몇 차례나 휘청거렸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거나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두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침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혼란의 도가니 속에 불거진 소문들은 파급력이 적잖았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설은 그리스 사태로 국가부채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란 내용이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공식적으로 소문을 부인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44포인트나 빠졌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사가 유포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 기사는 2007년 5월에 나간 것이었다. 2년 묵은 구문(舊聞)이 시장을 뒤흔든 셈이다.
이처럼 거시적인 사안과 관련된 소문은 진위가 금세 판가름나 진화도 그만큼 쉽다.
●기업은 소문 하나에도 ‘부도’
그러나 기업에 관한 소문은 피땀 흘려 쌓은 빌딩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시중에 특정 기업 자금악화설이 나돌면 채권자들이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서고 멀쩡하던 기업도 한꺼번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일반인 입장에선 기업의 내부 사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기업이 부인하거나 해명해도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소문들 중 일부는 기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훗날 사실로 판명되더라’는 경험칙도 루머의 확산에 한몫한다.
실례로 올해 4∼5월 파다하게 돌았던 두산그룹의 유동성 악화설은 결국 악성 루머로 끝났지만,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설은 해당 기업이 몇 차례 이를 부인하는 공시까지 냈지만 종국엔 사실이 됐다.
단일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악성 루머와 진실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말했다.
대우차판매의 사례에서 보듯,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악성 루머가 될 수도,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팀장은 “어떤 소문이 악성 루머냐 아니냐는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며 “경험상 루머의 80∼90%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것이고, 10∼20%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헛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더라’ 통신도 기업 발목
특정 시기, 특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떠도는 루머가 있는 반면 두고두고 기업을 괴롭히는 악성 루머도 있다.
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의 ‘일본 연루설’이 대표적이다.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는 루머가 돈 것이 2005년이었으나 아직도 사라지지 않자 진로는 올해 ‘진로에 대한 악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병 라벨엔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구체적인 지분 소유 현황까지 인쇄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비슷한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2008년 동서식품이 특정 종교와 관련됐다는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유포한 모 종교연구소로부터 사과문도 받았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헛소문이 돌면 피해 기업 쪽에선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실제 경쟁사가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밝혀진 일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소문이 그렇듯 그 뿌리를 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악성루머 대처법
악성 루머를 성공적으로 잠재운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이 2009년 ‘살라가툴라 메치가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란 광고 캠페인을 벌일 때 이 주문이 고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끔찍한 뜻이란 괴담이 떠돌았다.
이 회사 홍보팀은 곧장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를 섭외해 “전혀 엉뚱한 얘기”란 해석을 받아낸 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편 회사 블로그에 수필 형식으로 올렸다.
회사가 전면에 나서 공개 대응하는 대신 제3자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확한 사실만 흘린 것이다.
결국 이 괴담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자금 악화설에 시달린 두산그룹은 오너인 박용현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루머의 근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서야 루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해명에 가세하기도 했다.
GM대우의 경우 ‘생산 물량이 중국, 인도로 넘어가고 GM대우는 고사할 것’이란 한국 철수설이 돌자 기업 블로그를 통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루머를 잠재웠다.
단일수 팀장은 “루머가 시장에 돌면 기업에 진위를 밝히도록 조회공시를 요구하는데 이때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덮은 채 거짓으로 공시했다간 추후에 벌칙을 받을 수 있고, 소문이 거짓이라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악성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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