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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노인의 날…눈치ㆍ괄시 피해 종묘 찾는 ‘외로운 노년’

내일 노인의 날…눈치ㆍ괄시 피해 종묘 찾는 ‘외로운 노년’

입력 2010-10-01 00:00
업데이트 2010-10-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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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층 사회의 단면…정부는 80세 이상 노인 통계조차 몰라

”부인이랑 3년 전에 사별하고 나이도 80이 넘어가니 친한 친구들도 전부 세상을 떠나 만날 사람이 없어. 쓸쓸하니까 이렇게 며칠에 한 번 시내에 나오는 거지 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9월30일 오후 서울 종묘 앞 광장에서 만난 강모(82) 할아버지는 공원을 가득 메운 노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강 할아버지는 “이제 혼자 대포 한잔 마시러 갈거야. 집에 돌아가 있는 것보단 낫잖아”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눈치 피해 나오는 마지막 사교공간

종묘공원은 소일거리를 찾아나온 노인 수천 명으로 매일 북적인다.

홀로 사는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사는 이도 눈치와 괄시를 피해 공원을 찾는다.

볕이 드는 곳에 앉아 신문을 읽던 김모(86) 할아버지는 “집에 있으면 며느리가 ‘노인네 냄새’ 난다고 은근히 눈치를 주고 손자들도 가까이 못오게 한다”며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배지를 달고 있던 임모(78) 할아버지는 “집에 가족이 다 있는데도 할 일이 없어. 밖에 나와서 여자친구도 만나고 하는 게 더 재밌지”라며 웃었다.

2일이 노인의 날이라고는 하지만 공원을 찾은 노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상당수는 기념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모(72) 할머니는 “내가 15년째 종로에 다니고 있는데 누가 떡이라도 해갖고 온 적도 없고 그런 기념일이 있는지 몰랐다. 그날이 빨간날인 거냐”라고 되물었다.

기념일에도 챙겨주는 이 없는 노년층에게 이곳 공원은 ‘마지막 남은 사교공간’이다.

2007년 탑골공원이 사적지로 지정되고 정부와 경찰의 단속·관리가 심해지면서 노인 대다수가 종묘공원으로 옮겨왔다.

한겨울에도 오리털 재킷을 입고 공원으로 향하는 노인이 많다.

공원 관리소 관계자는 “탑골공원이 사적지로 지정되고 나서 종묘를 찾는 노인이 하루 3천∼4천명 정도로 훌쩍 늘었다”며 “겨울에도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꾸준히 나온다”고 말했다.

공원 한쪽은 장기와 바둑을 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다른 한쪽은 역사·정치 강연회로 성황을 이루는가 하면 월남 이상재 선생 동상 아래에는 왕년의 서예 솜씨를 뽐내는 어르신도 있었다.

‘성(性)’ 문제도 노년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화상대를 찾기 위해서, 혹은 아직 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로 노인들은 종묘에서 이성을 찾고 있었다.

강 할아버지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를 두고 “늙은이 상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우리 나이에도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는게 아니지 않냐. 3만원이면 비싼 돈도 아니다”며 공원 입구에 서있는 화려한 차림의 중년 여성들을 바라봤다.

청바지를 입은 세련된 차림의 한 할아버지(62)는 “젊은 사람들도 사실 이성을 만나려고 홍대 앞에 가고 클럽에 가지 않냐”며 “여기서 다들 꼭 성매매만 하는건 아니다. 종묘에 모인 노인의 생활을 하나의 문화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 눈앞…노인 통계조차 주먹구구

종묘 공원은 80세 이상 노인이 증가하는 초고령층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평균 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80세 이상 초고령층 증가는 코앞의 현실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연령대 인구 등 기본 정보 파악부터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고령화로 실질적인 문제가 주로 생기는 연령대는 80세 이상이어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는 이 연령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하지만 초고연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고려대에서 지난 8월 석사학위를 받은 이학민(27)씨의 ‘80세 이상 초고령 인구 추정방법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인구자료는 80세 이상 초고연령층에 대해서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이 총조사인구, 주민등록인구, 추계인구 등 3가지 인구자료를 제공하지만, 이들 자료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시기, 연령 등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어서 오차가 많이 발생하고 활용이 어려운 상태다.

논문을 보면 1960∼1999년 우리나라의 공식인구인 추계인구는 마지막 연령을 80세 이상으로 묶어서 집계하고 있다. 81세부터는 연령별 인구 정보가 없다.

2000년부터는 마지막 연령을 95세 이상으로 묶어서 제시하고 있고 2005년에 추계인구를 조사하면서 마지막 연령을 100세 이상으로 묶기도 했지만, 이때 이후로 다시 100세 이상 인구에 대한 연령별 자료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초고령층에 대해 효과적인 정책 개발을 하려면 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며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 연령층의 자료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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