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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없는 감옥’ 보름째…대관령 한우시험장

‘창살 없는 감옥’ 보름째…대관령 한우시험장

입력 2011-01-04 00:00
업데이트 2011-01-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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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우량 한우를 사육하고 한우산업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대관령 한우시험장 직원들이 구제역으로부터 우량 한우를 지키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대관령 한우시험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이곳과 26㎞ 떨어진 강원 평창군 대화면에서 구제역 의심 한우가 신고된 후 즉각 전 직원 출퇴근 금지 조치가 취해지고 지금까지 보름째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한우시험장은 지난 56년간 한우를 지속적으로 개량한 우량 한우 유전자원 699두가 사육되고 있고,한우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한우계통 조성 연구와 고품질 쇠고기 생산기술 등 중요한 시험연구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한우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인 셈이다.

 이런 중요한 곳에 만약에 구제역이 침투하게 되면 국내 한우산업의 미래가 사실상 무너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하며 구제역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우시험장은 정규직 26명을 비롯해 59명이 약 8Km의 거리를 둔 본장과 분장에 나눠 근무하면서,한우 우량자원을 지키기 위해 평소 20명이 시험장 내 감시사(관사)에 상주했으나 출퇴근 금지령이 내려진 지금은 50명이 장내에서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질병 또는 출퇴근 금지령이 내린 당일,외부에 출장 나가 있던 직원들은 복귀를 못 하고 한우시험장 외곽의 4개 방역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가족과 만날 날은 언제인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식사는 대부분 각자의 감시사에 비축돼 있던 쌀,라면,김치 등을 동료와 같이 해결하고 있고 간간이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보내주는 위문품(?)이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불편하고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식당 아줌마도 없는 상태여서 식당 운영은 남아있는 직원들끼리 조를 짜서 하는 중이다.

 외부에서 택배를 이용해 보내주는 의복,식품류 등은 정문에서 모두 구제역 소독을 철저히 해 반입 후 각자 또는 전체 직원이 사용하며 불편을 덜고 있다.

 한우시험장 인근의 고령지농업연구센터에서 쌀,라면,감자,사과 등을 보내주고,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들과 축협에서 새해 첫날 집에도 못 가고 고생한다며 떡국이라도 끓여 먹으라고 곰국을 보내 주는 등 주변의 따듯한 마음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감옥생활이 계속되면서 외부에 직장을 갖고 있던 부인과 함께 장내의 감시사에 거주를 하고 있던 실무관 유철환(51)씨는 출퇴근 금지조치가 내려진 후 부인이 외부의 마을회관으로 나가 숙식을 해결,별거 아닌 별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실무관 이성재(36)씨도 출퇴근 금지조치가 떨어진 후 아예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7개월 된 딸을 처가로 보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저녁 아버지가 식사를 못하시고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김태일(50) 연구사는 ‘구제역 상황에서 한 번 나가면 들어오지도 못하는 데 싶어 조금 그러다 나아지시겠지..’ 하며 근무를 서던 중 3일 새벽 끝내 임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땅을 쳐 동료들을 슬프게 했다.

 하지만,임종소식을 듣고도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주변 동료의 강력한 권유로 업무 인수인계를 다 마친 후 한우시험장에서 나가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김 연구사는 아버지 장례를 다 치른 후 한우시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에 설치된 방역 초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홍성구 장장은 “함께 고생을 한 직원이 아버지 임종 소식을 듣고도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라며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는 가봐야 한다며 나갈 것을 권유했다”라고 말했다.

 4일로 보름째 한우시험장에서 생활하는 이들 직원은 고립된 생활에 대해 심적으로 불안하고 어려움이 많을텐데도 불평 없이 모두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어 주변의 칭송을 받고 있다.

 한우시험장을 책임지고 있는 홍 장장은 “2보루 사다 놓은 담배가 이제 4갑 정도 남았다”라며 “이 담배가 끝나면 아예 금연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곽 방역초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담배를 사다 주기야 하겠지만,장장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외부 물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외부물품이 들어올 땐 정문 앞에 설치된 물품 비치실에서 소독 절차를 거쳐 들어오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에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최대한 외부물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방의 경우도 춥다고 마냥 때면 기름이 떨어져 기름 차가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난방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터득한 창살 없는 감옥생활에 대해 뒤늦게 출퇴근 금지가 된 성환의 축산자원개발부와 수원의 축산생명환경부 직원들이 노하우를 물어오기도 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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