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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 방송투자, 의료법 근간 흔드는 일”

“을지병원 방송투자, 의료법 근간 흔드는 일”

입력 2011-01-05 00:00
업데이트 2011-01-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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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참여 위법 논란

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연합뉴스TV에 을지병원이 주주로 참여한 데 따른 논란의 핵심은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느냐다. 주무부처나 당사자들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의료법인의 지분 투자를 인정하는 것은 의료법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행정 및 법률 소송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연합뉴스TV의 2대 주주는 을지재단(14.87%)이다. 을지재단은 을지학원(9.9%)과 을지병원(4.95%)으로 나눠 출자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영리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병원법인이 직접, 혹은 자회사나 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업행위를 할 경우 국민건강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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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복지부에 공 떠넘겨

의료법 49조에서 의료법인이 의료업무 외 할 수 있는 부대사업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 주차장 ▲음식점 등으로 엄격히 제한을 둔 것도 의료법인은 의료활동만 하되, 환자나 가족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는 제공하라는 취지다.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의료법인의 지분 투자는) 방송법상으로는 문제 없다.”면서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해석할 문제”라며 공을 복지부에 떠넘겼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도채널 심사위원회가 방송사의 소유제한 규정을 다룬 방송법 13, 14조 등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고,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의료법에 관련한 문제는 복지부에서 판단을 내릴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한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난감해진 복지부는 뒤늦게 입장을 내놓았으나 모호한 답변에 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 설립 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한다면 (보도채널 지분 투자를)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법률적 해석 문제는 좀 더 자문을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을지병원 측은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도 사(私)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아산병원과 비교는 난센스”

그러나 법조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김성수 변호사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의 경우 삼성 그룹과 현대중공업 그룹과의 특수관계가 있기 때문에 의료법인 발전을 위해 대주주나 기업이 내놓는 지분을 취득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 “의료법인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주식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 여부는 의료법인의 정관 변경이나 취득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겠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위법 주장도 많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의료법인의 사기업 주식 취득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의료법인의 영리 행위를 엄격히 규제해둔 의료법이 사실상 허물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더구나 을지병원처럼 (특수관계인 을지학원과 함께) 15% 가까운 지분을 갖게 되면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언론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영업행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주주 변경시 연합뉴스TV 무산

‘을지병원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심사위원단의 허술한 심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도채널 사업자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서울신문과 CBS 등은 방통위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CBS 측은 “방통위의 사업자 선정결과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심사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파악하기로 했다.”면서 “방통위가 정보 공개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을지병원의 지분 참여가 문제 있다고 최종 결론날 경우, 연합뉴스TV는 3년간 주주 변경 금지 조항에 걸려 출범할 수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도채널 신규 사업자는 출범 후 3년 동안 주주 변경을 일절 할 수 없다.”면서 “주주 사망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방통위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1대 주주인 연합뉴스 측은 “의료법이 주식 투자를 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았다.”면서 “해석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방통위와 복지부 등 법률 해석 주체들이 내놓는 답”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성·안석기자 cho1904@seoul.co.kr
2011-0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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