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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비리’ 브로커의 경찰서장 접근방식은

‘함바비리’ 브로커의 경찰서장 접근방식은

입력 2011-01-11 00:00
업데이트 2011-01-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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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초 부산 해운대경찰서 서장실.

 당시 서장이던 김철준 현 부산청 차장은 당시 부산경찰청장인 강희락 전 경찰청장으로부터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찾아갈 테니 만나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다음날 서장실로 찾아온 사람이 바로 ‘함바 비리’의 중심에 있는 함바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였다.

 강 전 청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강조한 유씨는 부산시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따내고자 김 차장에게 현장소장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3년이 지난 2009년 여름에도 유씨는 김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시 김 차장은 부산 금정서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유씨는 대뜸 관내에 벽산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소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탁을 늘어놓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유씨는 김 차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강 전 청장을 만나러 가는데 부탁할 게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충남청의 김모 총경도 이와 비슷하게 유씨와 만났다.당진서장으로 있던 2006년 당시 경찰청 차장이던 강 전 청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뒤 유씨가 서장실에 찾아와 현대제철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김 차장과 김 총경이 유씨와 접촉한 내용은 11일 경찰청이 전국의 총경 이상 간부들로부터 취합한 ‘유씨 접촉여부 자진신고서’에 담겨 있다.

 김 차장과 김 총경뿐 아니라 유씨와 접촉한 사실을 시인한 간부들은 모두 “(유씨와) 만나기는 했지만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진신고한 것이 모두 사실이면 유씨는 강 전 청장과 꽤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셈이다.또 이런 관계를 이용해 건설현장이 있는 곳의 서장과 만나 함바 운영권을 따내려 시도했다.

 더구나 유씨는 자신이 접촉하는 경찰서장들에게 강 전 청장을 통해 그들의 개인 민원 해결을 약속하며 관계를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유씨가 강 전 청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며 부탁할 것이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고,승진 부탁이라도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총경도 자신이 감찰 조사가 예정돼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유씨가 알고 강 전 청장에게 말해 잘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강 전 청장과 친분을 내세워 경찰서장들을 쥐락펴락한 정황을 볼 때 유씨가 접촉한 경찰서장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이며,유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이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유씨를 만났다고 자진신고한 전국의 총경 이상 간부 가운데 유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이는 아무도 없다.

 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유씨를 안다고 자진신고한 이들은 모두 돈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유씨의 돈을 받은 이가 검찰 수사에 걸리거나 양심고백을 하거나 옷을 벗는 것은 마찬가지다.내가 돈을 받았어도 자진신고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씨의 ‘검은돈’을 받은 사람이 굳이 자진신고를 할 까닭이 없는 만큼 경찰이 과연 유씨의 돈을 받고 청탁을 해결해준 경찰관을 찾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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