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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엔 나눔의 손길 더 절실해요”

“명절엔 나눔의 손길 더 절실해요”

입력 2011-01-31 00:00
업데이트 2011-01-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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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장애아 밥 먹이기 봉사 나선 명진이네 가족

29일 정오 무렵의 한가로운 점심시간. 서울 체부동 시각중복·중증장애아동 생활시설 라파엘의 집에는 온기가 넘쳐났다.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자, 한 숟가락만 더~” 하며 어르고 달래는 소리까지 더해져 한바탕 시끌벅적 소동이 벌어졌다. 맛있는 음식 냄새까지 더해져 분위기는 더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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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뒷줄 가운데)군과 아버지 전수호(뒷줄 왼쪽)씨, 어머니 석주혜(뒷줄 오른쪽)씨가 지난 29일 서울 체부동 라파엘의 집에서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명진(뒷줄 가운데)군과 아버지 전수호(뒷줄 왼쪽)씨, 어머니 석주혜(뒷줄 오른쪽)씨가 지난 29일 서울 체부동 라파엘의 집에서 장애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명진(13)군과 아버지 전수호(43)씨, 어머니 석주혜(41)씨 등 가족 3명이 장애 아동 4명에게 밥을 먹여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명진이와 아버지 전씨는 뇌병변과 시각·청각·언어장애 등을 앓고 있는 시몬(14)이와 도연(15)이의 식사를 도왔다. 석씨 역시 뇌병변과 지적장애 등을 가진 성영(15·여)이에게 밥을 먹여 주고 있었다.

정확한 의사표현이 어려운 데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장애아동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국물이 뜨겁거나 목에 메일 때면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몸을 비틀어댔다. 특히 시몬이는 명진이가 떠먹여 주는 밥 숟가락을 거부하며 큰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식사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다소 지친 표정의 명진이는 “그래도 밥은 다 먹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석씨는 성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먹어야 안 아프지. 잘 먹는다.”라며 얼렀다.

40여분에 걸친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명진이네 가족은 잠시나마 허리를 펼 수 있었다. 명진이의 이마엔 송글송글 땀도 맺혔다.

가족들은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전씨는 명진이를 바라보며 “방학이라 요새 늦잠을 좀 자더니 오늘은 일찍 나와 봉사도 하고 기특하다.”고 등을 두드렸다.

명진이네 가족은 다가온 설 연휴를 앞두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명진이네 가족이 라파엘의 집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인연이 깊은 곳이다. 아버지 전씨는 이곳에서 대학 시절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명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해외출장 중이라 명진이와 어머니만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명진군은 “나눔의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아동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면서 “가족이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된다.”고 말하고는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1-01-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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