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뇌물받기 좋은 장소는?

경찰청장이 뇌물받기 좋은 장소는?

입력 2011-02-18 00:00
수정 2011-02-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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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강희락·이길범·김병철 집무실·접견실서 수수”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로 기소된 전현직 경찰 총수나 고위 간부들이 접견실이나 집무실에서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18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병철 경찰청 치안감,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들이 브로커 유상봉(65)씨 등에게 뇌물을 받은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유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2천500만원을 모두 접견실에서 받았으며 강평길 전 여수해양경찰서장에게도 집무실과 여수해경 서장실에서 각각 1차례씩 800만원을 수수했다.

 앞서 15일 구속기소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유씨에게서 건설현장 민원 해결과 경찰관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18차례에 걸쳐 1억9천만원을 받았는데 이중 9차례(9천만원)의 수수 장소는 집무실이다.

 경북경찰청장 시절 유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김 치안감은 뇌물 2천만원을 모두 집무실에서 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하지만 김 치안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국장도 보안국장,전북경찰청장,경무국장을 거치면서 8천900만원을 15차례에 나눠 받았는데 ‘검은 거래’가 이뤄진 장소는 대개 집무실이었다.

 이들이 자신의 집무실이나 접견실에서 뇌물을 받은 것은 이 장소가 가장 안전하고 비밀스러운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청이나 해양경찰청이나 수장이 근무하는 청장실은 의경이나 부하 경찰관에 의해 이중삼중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돈을 주고받는 사람 말고는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치안 정책이 결정되고 각종 정보나 보안 사안이 논의되는 장소의 특성을 범죄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일선 경찰관들에게 청장실은 신성시되는 장소다.이런 곳에서 범죄가 이뤄졌다니 씁쓸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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