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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차량ㆍ선로 ‘총체적 부실’ 우려

고속철도 차량ㆍ선로 ‘총체적 부실’ 우려

입력 2011-06-08 00:00
업데이트 2011-06-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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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우려..코레일-철도공단 책임공방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의 차량 결함에 이어 열차 안전운행과 직결된 선로전환기 등에서 장애 등이 발생해 고속철도 건설에 총체적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브라질 등에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고속철도의 수출에도 적지않은 차질이 우려된다.

◇안전직결 ‘선로전환기’ 사용중단 = 8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설치된 선로전환기(76대)에서 파손, 전환불량 등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 지난 3일부터 신설역인 울산역(4대), 신경주역(4대)에서 사용을 중단했다.

’선로전환기’는 열차의 진로를 바꾸기 위한 궤도 분기기내 방향전환 장치로 선로전환기 결함은 열차탈선 사고 등으로 직결돼 철도시스템 가운데 운전상 가장 위험한 설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 코레일이 집계한 선로전환기 관련 열차 ‘탈선사고’만 16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선로전환기를 설치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개통 직후 선로전환기의 장애를 발견하고 철도기술연구원, 제작사 등과 합동 점검을 펴왔으나 지금까지 명확한 고장 원인을 찾지 못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에 설치된 선로전환기는 오스트리아 하이드로스타(Hydrostar)에서 제작한 것으로, 시속 300㎞ 이상의 고속구간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기종이어서 도입 초기부터 안전성 논란을 촉발시켰다.

자갈 궤도인 경부고속철 1단계와는 달리 콘크리트 궤도에 설치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겨울철에는 고속차량 하부에 결빙된 얼음이 이 선로전환기의 쇄정장치, 밀착검지기 등과 부딪쳐 파손되는 일이 잦아 지난 1∼2월 보호덮개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사용 중단으로 이 구간을 통과하는 열차의 운행이 2∼3분가량 지연되고 있지만 선로전환기의 고장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선로전환기의 사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로고정 체결구의 ‘코일스프링’도 불량 =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허술한 감리감독으로 성능 검사를 거치지 않은 중국산 ‘코일 스프링클립’을 납품받아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했다.

서울지방결찰청은 지난달 26일 성능검사를 거치지 않은 ‘코일 스프링클립’ 36만개를 중국에서 들여와 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납품한 철도용품업체 대표 문모(46)씨 등 4명을 입건했다.

’코일 스프링클립’은 열차 선로를 바닥의 침목과 연결, 고정해주는 ‘레일 체결구’의 핵심 부품으로, 이 코일 스프링클립이 느슨해지거나 인장력이 떨어지면 선로 변형 등을 가져와 탈선까지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도 철도시설공단은 느슨한 납품검사로 중국한 코일 스프링클립 36만개 가운데 80%인 29만6천개를 경전선, 전라선, 영동선, 분당선 등 8개 노선(36.3km)에서 사용해 시공을 마쳤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009년 1월에도 감리감독 부실로 레일 체결구를 땅에 고정시키는 ‘매립전’에 불량 자재를 써 철도 침목 300여개가 균열되는 등 안전시공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철도공단은 사전.사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2년여만에 다시 형식적인 감리감독이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철도공단 네탓 공방 = 선로전환기 장애와 관련해 철도건설 기관인 철도시설공단과 철도운영 공기업인 코레일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장애 발생 직후부터 원인 규명에 나서 ‘유압회로 변경’, ‘오일보충 및 공기제거’ 등 보완조치 후 선로전환기에서 장애 발생이 없었는 데도 코레일측이 일방적으로 사용중단을 결정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단 한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고장으로 본선의 사용을 중지하더라도 사고발생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은 없다”며 “당초 오는 15일까지 장애 보완 조치를 마치고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었는 데 별도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은 철도공단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장애 보완을 강력히 요구, 일보 보완이 이뤄졌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장애가 발생,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신설구간의 선로전환기에서 하루평균 1.9건의 고장이 발생, 더이상 유지보수에 한계를 보여 임시 조치로 선로전환기를 고정해 사용키로 한 것”이라며 “잇따르고 있는 장애에 대한 안전조치일뿐 기관간 대립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고속철도의 차량(KTX-산천), 선로(선로전환기, 체결구) 등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나고 있는 데도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책임 떠밀기식 공방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한다는 지적이다.

고속철도시민의 모임 배준호(한신대 교수) 대표는 “고속철도 건설과정의 경험 미숙, 선로전환기 납품업체의 선정 착오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있는 것”이라며 “일부 비용이 뒤따르겠지만 운행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된 선로전환기를 1단계 구간 등에서 검증된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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