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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 경찰과 친해지는 일은 상상도 못 하는데…”

“北선 경찰과 친해지는 일은 상상도 못 하는데…”

입력 2011-06-10 00:00
업데이트 2011-06-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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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가족, 정성껏 돌봐준 경찰에게 감사편지

한 북한이탈주민 가족이 일선 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감사의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편지는 서울 중계동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안성록(58·가명)씨의 맏딸 안미혜(29·여·가명)씨가 지난달 30일 황성모 노원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것이다. 미혜씨는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힘들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와 가족들을 정성껏 돌봐 준 경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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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하계동 노원경찰서 휴게실에서 탈북자 출신 안성록(왼쪽)씨와 서윤덕 노원서 보안과 경위가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하계동 노원경찰서 휴게실에서 탈북자 출신 안성록(왼쪽)씨와 서윤덕 노원서 보안과 경위가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가족 모두 장애인… 힘든 세월 보내

“서장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미혜씨 가족이 국내로 들어온 뒤 겪었던 힘든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미혜씨 가족은 2003년 5월에 입국했다. 탈북하기까지의 고된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혜씨 가족은 하나같이 몸이 성치 않다. 성록씨는 척추 수술을 받아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아내 이명화(54·여·가명)씨는 시각장애 1급이다. 미혜씨는 탈북 과정에서 무릎을 다쳐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록씨는 정부로부터 받은 정착 지원금 3600만원을 몽땅 사기로 날려 버렸다.

이런 아픔을 안고 사는 미혜씨 가족은 자신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노원경찰서에 감사하는 마음을 편지에 또박또박 담았다.

노원경찰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해 2009년부터 이들과 한가족 결연 맺기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노원경찰서 신변보호담당관과 보안협력위원회가 북한이탈주민 가족과 한가족 결연을 맺어 매달 3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관내 병원과 협약을 맺어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책을 모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사업들이 미혜씨 가족을 비롯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미혜씨는 “북한에서는 경찰(안전부)과 친해지는 일은 상상도 못 한다.”면서 “우리 가족과 자매결연을 맺어 준 서윤덕 경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미혜씨 가족과 결연을 맺은 보안과 서윤덕 경위는 “밑바닥 생활에도 흔들리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면 오히려 감동받을 때가 많다.”면서 “북한이탈주민 2만명 시대에 접어든 만큼 탈북자라는 편견을 버리고 우리의 이웃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갈래요”

미혜씨 가족들도 한국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쏟았다. 성록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고물 수집을 시작했다. 마땅히 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한국에 정착하려면 가장 밑바닥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성록씨의 노력 덕분에 미혜씨와 두 동생은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미혜씨는 편지에서 “고생스러워도 화 한번 안 내시고 묵묵히 애쓰시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적고 한국 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6-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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