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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 진화에 구단·경찰 속수무책… “시즌권 확대해야”

암표상 진화에 구단·경찰 속수무책… “시즌권 확대해야”

입력 2011-06-12 00:00
업데이트 2011-06-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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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암표 판매상도 덩달아 더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표를 팔고 있어 구단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암표상들은 인기 구단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 장사’에 나서고 계도와 단속에도 ‘배째라’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예매로 ‘명당’ 확보’전국구’ 암표상도 =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매표소 근처에는 경기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암표상들이 나와 작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표를 사려고 줄을 선 야구팬에게 좌석배치도와 티켓을 보여주며 “지정석이 있으니 오래 기다리지 말고 바로 입장하라”고 꼬드겼다.

주로 60대 이상인 이들 암표상을 10여명씩 거느린 ‘공급책’은 인터넷 예매와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 발권 등으로 구한 ‘명당’ 티켓을 건네 주고 한 장당 2천원을 떼가는데 ATM 수수료까지 암표상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공급책은 의심을 피하려고 매표소에서 예매권을 티켓으로 바꾸는 대신 편의점 등에 설치된 ATM에서 표를 뽑는다. 야구팬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다양한 예매 방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인기 구단의 경기 일정에 맞춰 전국을 오가며 장사하는 암표상도 생겼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등 팬이 많은 구단이 서울에서 경기하면 부산이나 광주에서 20~30명씩 상경해 암표 장사를 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활동하다 2년 전부터 서울에서도 암표를 판다는 한 50대 남자는 “서울은 월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경기가 있고 매진이 안 돼도 좋은 자리를 찾는 손님이 꼭 있어서 좋다”며 “전국을 다 돌아다닌다. 다음 주에는 부산에 내려갈 것이다”라고 했다.

◇’단속쯤이야’…현장적발 어려워 = 이들 암표상 때문에 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야구 경기를 보고 있는데도 구단과 경찰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구단은 청원경찰을 동원해 계도하고 있지만 구단에 단속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암표상들은 “무슨 권리로 표를 못 팔게 하느냐”며 따지거나 심지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드러누워 경찰서에 가자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다고 모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길게는 수십 년을 야구장 주변에서 활동한 노련한 암표상들을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돈과 표를 주고받는 현장을 적발해야 하는데 암표상들이 담당 경찰관들의 얼굴을 익히고 있어 경찰이 나타나면 숨어버리기가 일쑤다.

설령 걸리더라도 즉결심판으로 벌금 3만~5만원 정도만 내면 돼 단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암표상들이 우리와 눈만 마주쳐도 거래를 멈추고 자리를 옮겨 단속이 어렵다”며 “얼굴이 안 알려진 경찰관에게 사복을 입혀 변장시키고 단속하러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즌권 확대하고 단속 강화해야” = LG 트윈스 야구단을 운영하는 LG 스포츠는 암표 거래를 막아보려고 지난달 10일부터 1인당 인터넷 예매 한도를 9장에서 6장으로 줄였지만 별 효과는 못 보고 있다.

LG 스포츠 관계자는 “단체 입장을 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암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예매 한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즌권 등 티켓 종류를 다양화하거나 경기장에 들어갈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시즌권 이용을 유도하고 시즌권도 주말권, 요일권, 자유권 등으로 수요에 맞게 나눌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사람이 표를 살 수 있는 최대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갑진 경동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는 “외국은 표를 살 때 얼굴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표를 살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입장하면서 자기 번호가 맞는지 대조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또 “미국처럼 노인 인력을 활용한 명예경찰을 운영해 단속권을 주고 벌금도 올려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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