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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내가 결혼해 자녀 넷 낳고 죽었다니..”

“멀쩡한 내가 결혼해 자녀 넷 낳고 죽었다니..”

입력 2011-06-17 00:00
업데이트 2011-06-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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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동본 부부 상대 소송..청주지법 시효소멸 이유로 기각

전혀 모르는 여성과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출생신고를 한 것은 물론 이 여성이 사망했다고 신고까지 한 파렴치한 부부가 법정에 섰으나 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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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민사5단독 황성광 판사는 17일 김모(64.여)씨가 “위법한 혼인.출생.사망신고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만큼 3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이모(67)씨 부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 부부가 황당한 짓을 한 것은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동성동본 부부였기 때문.

자녀의 교육문제 등을 걱정하던 이씨는 1973년 9월 전혀 본 적도 없는 김씨 몰래 혼인신고를 한 뒤 두 자녀를 호적에 올렸고, 나중에 낳은 자녀 2명 역시 자신과 김씨가 낳은 것처럼 속여 출생신고를 했다.

이들의 위법한 행위는 동성동본 부부의 혼인신고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혼인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직후인 1988년까지 계속됐다.

이 법이 제정돼 혼인신고가 가능해지자 이들은 또 한차례의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다.

1988년 12월 생면부지의 서류상 부인인 김씨가 사망한 것처럼 허위로 사망신고를 했고 하루 뒤 실제 부인 이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결국 현재의 진짜 남편과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김씨는 서류상으로 이씨와 혼인한 뒤 10여년간 이중 결혼생활을 하고 자녀도 4명이나 낳은 뒤 사망한 셈이다.

지난해 초 가족묘를 마련하려고 서류를 장만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황 판사는 “원고의 명시적 허락없이 혼인.출생.사망신고를 한 것이 확실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시효 소멸을 이유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권은 사망신고가 이뤄진 1988년 12월 12일부터 10년이 경과한 1998년 12월 12일자로 시효가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를 대리한 김태영 변호사는 “관청 장부에 위법한 기록이 계속 남아 있어 고통이 계속된 만큼 이 사건은 시효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청구를 기각한 사유가 이해되지 않는 만큼 항소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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