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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보내는 SOS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보내는 SOS

입력 2011-06-28 00:00
업데이트 2011-06-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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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박사 집단 심리상담 보고서…”어느 순간 내가 목을 매”대화 단절·자살 유혹 등 극심한 후유증 시달려

”남편은 소파에 있고 나는 안방에 있었는데 내내 울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옷장에서 남편 넥타이를 꺼내 묶고 안방 쓰레기통을 뒤집어서 그 위에 올라가 목을 매고 있더라고요.”

”특히 술 먹으면 그래요. 지난번에 한번 술 먹고 몸에 휘발유랑 다 부은 적이 있어요.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전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배우자의 생생한 육성이다.

2009년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항의해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던 노동자들은 경찰 진압과정에서 다치고 구속되고 해고됐다.

그 사이 15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숨졌고 남은 이들은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 박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8차례에 걸쳐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배우자 14명의 집단 심리상담 결과를 담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숨결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2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유엔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대회에서 심리기획자인 마인드프리즘 이명수 대표와 정 박사가 전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육성은 보고서의 일부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서 자신도 모르게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8가지 ‘헬프미 사인’(HELP ME SIGN)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들에게 죽음은 가까이 있고 삶은 끝없이 무기력하다.

”꿈에서 제가 자살을 하는 거에요. 그게 꿈인데 제가 우는 거에요, 자면서….”, “내가 벗어 놓은 빨랫감인 것 같아요…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저는 너무 이상한 거에요.”

2년이 지났어도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파업했을 때 장면들이 자꾸 떠올라요. 애들하고 천막에 앉아서 뒤늦은 점심을 먹는데 헬리콥터가 떠서 모랫바람이 일어서 밥을 먹지도 못하고 놀란 애들을 가슴으로 감싸고 그랬던 기억들….”

자신을 무능한 사람이라 여기고 아무도 고통을 몰라주니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

”예전엔 가장이니까 혼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혼내질 못하겠어요. 그랬다가 아이가 ‘아빠는 뭐 하는 거야, 엄마는 돈 없다고 하는데’ 그런 말 할까 봐.”

”주위 사람들에게도 힘들다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해고된 게 그까짓 게 뭔데. 해고된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세상천지인데 그런 마음이 들어서 마음을 표현 못 하고 자꾸 닫고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시때때 분노가 솟구치고 사람을 믿지 못한다.

”재판을 보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죽여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참았다가 집에 가서 술 먹고 혼자 베란다 창문 열고 소리 지르곤 해요. 그러면 집사람이 환장하죠.”

”파업 때 남편 아는 사람이 자신을 향해 새총을 겨누고 있었대요. 그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무섭고 기가 막혔을까.”

8주간의 심리 상담을 받은 한 상담자는 “예전엔 경찰 특공대가 곤봉으로 진압하는 사진을 정면으로 못 봤는데 얼마 전에는 그 사진을 정면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영혼이 바닥까지 파괴되는 고통까지 갔더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며 “치유의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다음 달 말 나온다.

군사정권의 조작 사건과 고문 피해자들이 만든 재단인 ‘진실의 힘’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이 군사정권 시절의 국가 폭력과 간첩 낙인, 그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문 피해자들은 보상금을 모아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녀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건립 지원금으로 전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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