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4천원 흑자…어느 20대의 가계부

4만4천원 흑자…어느 20대의 가계부

입력 2011-07-19 00:00
업데이트 2011-07-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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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갚느라 문화생활·저축 엄두도 못내



두 달 동안 남은 돈은 4만4천원.

대학을 졸업하고 수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수정(가명·28·여)씨가 지난 2~3월 두 달치 가계부 최종 내역을 19일 공개했다.

그의 월급은 119만5천원이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3천원짜리 밥으로 해결한다. 두달동안 한 번 사먹은 햄버거는 구내식당보다 비싼 5천500원이다.

은행 두 곳에서 빌린 학자금 때문에 매월 각각 25만원과 10만원을 꼬박꼬박 갚고 있다. 보장성 보험료가 10여만원, 휴대전화 요금을 어머니 것을 포함해 10여만원씩 냈고 집에 생활비로 20만원씩 보태고 있다.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건강을 챙기려고 먹는 녹즙(월 2만800원)과 약간의 화장품, 1만400원짜리 카디건 한 벌을 산 것뿐이다. 많지는 않지만 후원회비나 동문회비, 모임 회비, 축의금은 거르지 않았다.

김씨는 두 달 동안 255만9천원을 벌었고 쓴 돈은 251만5천원이었다. 저축도 못 하고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이 살았는데 남은 돈은 4만4천원이다.

병원비 지출이 많은 저임금 노인층의 가계 구조는 더 취약하다.

지하철역에서 청소 일을 하는 이숙자(가명·62·여)씨의 월급은 129만8천400원이다. 밤샘 근무를 해서 받는 수당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이씨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동안 쓴 가계부는 122만2천200원 적자다.

일하는 곳 근처에 살아 교통비는 거의 들지 않지만 밤에 승강장 물청소를 하다 당한 감전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어 1주일에 두세 번꼴로 병원비를 지출하고 있다.

각종 보험 4개와 상조 회비, 은행 이자로 나가는 돈이 25만원 정도였다.

생활비가 부족해 빌렸던 돈을 갚은 데도 119만원을 썼다. 또 연말에 밀린 상조 회비와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느라 두 달 지출은 수입(228만5천800원)보다 많은 350만8천원이었다.

그래도 이씨는 동료나 집 근처 양로원에 간식거리를 사다주는 것은 빼먹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2010년 11월 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1인 가구의 표준 생계비는 182만8천원이다.

김씨나 이씨의 월소득은 노동계가 파악한 1인 가구 표준 생계비에도 훨씬 못미친다.

문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나 은퇴 후에도 취업전선을 떠날 수 없는 노인층들이 저축은 엄두도 못 내는 저임금 구조 체계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고착하면서 개인의 삶이 힘들고 아픈 것을 떠나 사회ㆍ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 해도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워서 결혼과 출산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저출산 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최저임금만 해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법을 안 지켜도 크게 문제가 없으니 안 지키고 보는 관행이 생겨 그것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적인 강제나 사회적 책임 등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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