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발현 임의조절 가능한 체세포 복제개 탄생

유전자 발현 임의조절 가능한 체세포 복제개 탄생

박건형 기자
입력 2011-07-27 00:00
업데이트 2011-07-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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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구진이 특정한 약물을 주입하면 유전자가 나타나고, 주입을 멈추면 유전자가 사라지는 형질전환 개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사람과 유사한 개를 질병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팀은 27일 “독시싸이클린이라는 항생제를 먹였을 때 녹색 형광단백질이 발현되는 형질전환 복제 개를 세계최초로 생산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제네시스’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 교수팀은 비글종 개에서 얻은 체세포에 녹색 형광유전자와 온·오프 기능을 가진 스위치 시스템을 유전자 조작으로 심었다. 이 스위치 시스템은 독시싸이클린 등 테트라싸이클린계 약물과 만나면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어 핵이 제거된 개의 난자에 이 세포를 주입해 대리모에 착상했고, 이를 통해 형질전환 복제개를 생산한 것. 복제 개는 테크라사이클린계 약물에 반응한다는 의미의 ‘텟-온’에서 따온 ‘테곤(Tegon)이’라고 이름지었다.

 테곤이는 평소에는 일반 비글종 개와 똑같지만,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하면 2주 후 녹색 형광유전자가 발현해 자외선 밑에서 형광색으로 변한다. 또 약물을 끊으면 9주 후 형광색이 사라진다. 테곤이는 복제·조작된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2005년), 형광유전자 복제 개 ‘루피’(2009년)에 이은 3세대 복제 개로 볼 수 있다. 셋 모두 이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또 테곤이가 낳은 2세도 같은 유전자 기능을 가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녹색 형광유전자 대신 알츠하이머·파킨슨병·암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넣으면 해당 질병을 실험할 수 있는 개를 만들 수 있다.”면서 “형질을 전환한 개는 돌연사 확률이 높은 만큼 한꺼번에 복제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실험에 널리 쓰이는 쥐는 인간과 발병 경로가 다르고, 너무 작아 독성평가 효율도 떨어진다. 하지만 개는 260여 가지 질병을 인간과 비슷하게 앓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개가 앓는 특정 질병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곧바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유전자 조작으로 특정 질환모델의 개를 만들어도 질병 때문에 곧바로 사망하는 것이 기존 복제 개의 문제였다.”면서 “테곤이처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면 개의 성장에 맞춰 특정 시점에 질병을 일으켜 실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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