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빗속 복구 작업…여전히 뻘밭

방배동 빗속 복구 작업…여전히 뻘밭

입력 2011-07-31 00:00
수정 2011-07-3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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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게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면산 산사태 피해를 당한 서울 서초구 방배 3동 래미안 아파트 일대 복구 현장에서는 31일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숨가쁜 복구작업이 이어졌다.

우면산을 향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가림막이 처져 있고 흙을 퍼 나르는 차량과 군용 살수차가 분주히 드나들었다.

사고 다음날부터 굴착기와 미니 로더 10여대가 24시간 흙을 퍼나르고 있지만 우면산을 향해 있어 산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103동과 102동 앞 공원은 여전히 진흙이 가득차 뻘밭을 연상케 했다.

공원 주변에는 흙이 작은 구릉을 이루며 쌓여있고, 길 한쪽에서는 흡입차가 동원된 가운데 장화를 신은 의경들이 발목까지 차는 진흙을 제거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아파트 동 사이의 길은 그나마 흙이 치워졌으나 베란다에서 떨어져 깨진듯한 유리 조각은 여전히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비가 와도 24시간 작업을 한다”며 “지금까지 흙이 얼마나 나갔는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250명과 공무원 250명, 군인과 의경 420여명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비를 맞으며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모은 흙을 포대에 담고, 발목까지 찬 진흙을 한 데로 모으고 물을 뿌려 남은 흙을 쓸어내느라 이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101동에 사는 한 주민은 우산을 쓴 채 아파트 화단 옆 배수구에 쌓인 토사와 낙엽을 쓸어내고 있었다. 그는 “오늘 또 비가 많이 온다는데 여기 막히면 큰일 난다”며 빗자루질을 멈추지 못했다.

주민들의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경로당은 103동 21층에 사는 윤모(63)씨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 다른 주민들은 대부분 친척 집이나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고 했다.

윤씨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21층까지 오르내릴 수가 없고 사고 당시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던 흙더미 생각에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엘리베이터는 수리가 아니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오늘 비가 또 많이 온다는데 지금까지 해 놓은 복구작업이 도로아미타불이 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방배2동 남태령 전원마을에도 300여명의 군 병력을 비롯해 소방관, 경찰, 자원봉사자 등 1천여명이 모여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쏟았다. 대문 앞마다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고 마당 안쪽에는 여전히 치우지 못한 흙이 가득했다.

산 바로 아래에 있는 주택에서는 군인들이 무너진 담 너머로 반지하 집 안에서 물을 빼내고 쌓였던 흙을 퍼 날랐다. 골목에는 못쓰게 된 장롱과 텔레비전, 소파 등 가구들이 쌓여 있었다.

군 관계자는 “이틀 동안은 길에 가득 찼던 흙과 나무를 치우고 어제부터야 집 안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이 하우스 재배를 하거나 나무와 농작물을 키우는 산 언저리는 흙으로 막혔던 길이 겨우 뚫리면서 참혹한 수해상황이 그대로 드러냈다.

산 위에서부터 떠내려온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채 누워 있고 물이 흐르던 계곡은 온통 흙으로 메워졌다. 밭이나 사람이 다니던 길은 오간데 없고 물도 흙더미 위로 새로 생긴 도랑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주민은 “순식간에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산 위로 도망치다가 쏟아져 내려오는 흙더미에 깔렸다”며 “어쩌다 튕겨 나온 것 같은데 죽다 살아난 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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