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제주행 여객선 화재… 130명 전원 구조 ‘기적’

어제 새벽 제주행 여객선 화재… 130명 전원 구조 ‘기적’

입력 2011-09-07 00:00
업데이트 2011-09-07 00: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30분만에 도착… 함정 20여척 군사작전 방불

6일 오전 1시 20분쯤 전남 여수시 백도 북동쪽 11㎞ 해상에서 승객 130명을 태우고 부산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4000t급 여객선에 불이 났다. 하지만 해경과 해군의 신속한 초동대처에다 승객들의 침착함이 더해져 승객 전원이 무사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
6일 부산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4000t급 여객선 설봉호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구조되고 있다. 해군과 여수해경은 경비함 등 23척을 급파해 사고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3시 20분에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여수 연합뉴스
6일 부산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4000t급 여객선 설봉호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구조되고 있다. 해군과 여수해경은 경비함 등 23척을 급파해 사고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3시 20분에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여수 연합뉴스
부산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설봉호’의 화재 발생 신고를 접한 시각은 이날 오전 1시 20분쯤. 여수해경은 경비함 등을 현장에 급파해 30분 만에 도착했다. 주변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선미쪽이 화염에 휩싸인 설봉호의 모습만이 드넓은 바다에서 더욱 환하게 드러날 뿐이었다.

곧바로 작전에 돌입한 317함 등 10여척으로 구성된 여수해경 구조팀은 서치라이트로 주변 해상을 대낮같이 밝힌 뒤 4~5명이 탈 수 있는 소형 단정들을 내려 설봉호에 조심스럽게 접근시켰다.

또 나머지 경비함들은 화염에 휩싸인 설봉호 선미쪽으로 접근, 물대포 등을 쏘기 시작했다. 통영·부산·제주해경에서 급파된 함정과 해군에서 파견된 함정 등 나머지 10여척의 배도 일제히 소화작전에 합류했다.

20여척의 해경과 해군 함정이 여객선을 에워싼 현장은 어둠, 화염, 서치라이트, 물대포 등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거대한 합동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러는 사이 설봉호에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승객 10여명을 한 조로 태운 구명튜브가 연이어 해상에 내려졌다.

어둡고 파도마저 치는 상황에서 구명 튜브에 탄 승객들이 단정에 옮겨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해경 대원들의 신속하고 능숙한 안내로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승객 104명과 승조원 26명 등 130명 전원이 317함에 옮겨타는데 성공했다.

일부 승객이 상처를 입기도 했으나 이는 단정과 함정 등으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생긴 찰과상 정도에 불과했다. 승객들은 사고 발생 5시간 뒤인 오전 6시쯤 여수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승객 10여명은 여수전남병원과 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해군의 완벽한 초동대처와 승객 및 승조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자칫 발생할 수 있었던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여기에 사고 현장의 비교적 잔잔했던 바람과 파도 등 기상 상황도 톡톡히 한몫을 했다.

구조 활동을 지휘한 김두석 여수해경서장은 “해경과 해군의 신속하고 완벽한 구조작전과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작전에 협력해준 승객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2011-09-07 1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