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심원들엔 신문·TV도 못보게 한다”

“美배심원들엔 신문·TV도 못보게 한다”

입력 2011-10-14 00:00
업데이트 2011-10-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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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 대법원장 자문관 “여론차단해야 재판독립”



”법원이 재판할 때, 특히 국가적 중요도가 있는 사건을 판단할 때는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집중하고 대중의 압력이나 언론보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초청으로 방한 중인 제프리 미니어(56) 미국 연방대법원장 자문관은 사법기관의 기본원칙으로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선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배심원들에게 언론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신문이나 TV를 못 보게 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전문적 직업정신과 책임감으로 어느 정도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니어 자문관은 13일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감한 사법현안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유사한 사례와 경험을 소개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아더 패터슨의 송환 문제에 대해 “현재 (송환)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한국에서 장애아동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로 인해 법원의 양형이 논란이 됐다고 하자 “미국도 불공정한 양형이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일관되고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1984년 설립한 연방양형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양형기준을 각급 법원에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편차를 줄이고 있다는 것.

그는 “미국은 대중의 비난이 있어도 양형기준의 변동폭이 크지 않다”면서 “감정적 요소를 배제한 법관들의 신중한 판단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니어 자문관은 연방대법원에서 사건 변론을 56차례나 맡았을 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 출신으로, 2006년 8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자문관에 임명돼 미국 연방대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대법원장의 재판 이외 모든 업무와 역할을 보좌하는 최측근으로 사법부 내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미국은 법관이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할 때는 정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면서 자신도 퇴임하면 연방대법원 사건 변론을 2년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예를 들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대법관의 성향과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사법철학을 근거로 대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적절하고 이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장기적 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선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대통령은 길어야 8년”이라며 대통령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니어 자문관은 대법관 증원에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그는 “과거 급증하는 상고심 때문에 고심했지만 연방대법원이 선택된 특정범주의 사건만 맡아 심판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경험상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은 개별의견만 많아지게 해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매년 접수되는 사건이 8천여건에 달하지만 60~80건만 선택해 재판한다.

미국과 달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로 이원화된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기관이 따로 분리된 경우 특정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을 갖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양 기관 사이에 분쟁·이견이 생길 소지가 있다”며 “사법제도보다는 법관의 성실성이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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