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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 현황과 해법] 서울대 교수 5人에게 길을 묻다

[사회갈등 현황과 해법] 서울대 교수 5人에게 길을 묻다

입력 2012-01-02 00:00
업데이트 201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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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시스템 강화·빈부차 해소… 사회갈등 푸는 열쇠”

‘정책’ ‘계층’ ‘지역’ ‘세대’ ‘이념’ 등 한국사회를 갈라 놓은 다섯 가지 갈등 요인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손댈 수도 없을 만큼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정책 결정권자는 어떤 시각으로 갈등에 접근하고, 국민들은 어떻게 이에 참여해야 할까. 서울대 교수 5인에게 갈등 해소 방법을 물었다. 교수들은 “갈등이 서로 연관돼 있으며, 결국 빈부격차 해소와 복지가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은 경제적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과 지방의 갈등, 세대 갈등 등은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된다.”면서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갈등을 푸는 열쇠”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적 부의 분배를 적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 측면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런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갈등에 대해서도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가 핵심”이라며 “서울에 편중된 경제력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의 소외감, 박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치적인 논의보다 우리 삶과 직결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어떤 정치체제냐가 주요한 선거 이슈였다면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누리고 어떤 것이 필요하냐가 중요해졌다.”면서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에도 복지강화라는 우리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토론이 이뤄졌고, 또 선거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만큼 정치권 등도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회적 갈등을 덮어 두려고 하지 말고 계속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토론과 논쟁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갈등을 공론의 장에 내놓고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역 갈등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라며 “젊은 층일수록 출신 지역에 기반한 정체성보다 개인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의 지역 간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지역 정체성이 희석되는 데다 계층, 세대 갈등이라는 새로운 갈등 요소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여전히 지역 표밭만 믿고 유권자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에 소홀하다.”면서 “지역 갈등이 정치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선거전략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역 갈등 해소를 내걸고 지역별로 분배정책을 내세우는 정당이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지역별 나눠 먹기식 정책은 지역갈등 해소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교수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호남 지역의 인물을 발탁하고, 호남 지역에 분배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내세우면 영남 지역의 반대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지역갈등을 더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지역 갈등이 약화되는 사회적 변화에 정치권이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 중심 정치보다 인물 중심 정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안철수 열풍’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이제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원한다.”면서 “지역적 정체성에서 벗어난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고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고 키운다면 자연스럽게 지역감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45)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갈등의 해법으로 ‘복지’를 꼽았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 나눠가질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성장 위주 정책은 ‘분배 없는 성장’으로 이어졌고, 결국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줄여 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기성세대들이 가진 사회적 자원을 나눠 가지려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커졌고, 기성세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형태의 갈등을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해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서 나타났던 청년층의 투표 참여라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장 교수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세대 차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 교수는 “젊은 세대는 그들이 처한 취업난과 ‘살인등록금’ 등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스스로 세력화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복지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 등록금 등의 문제를 해결할 때 세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분배를 통해 기회를 더 준다는 것인데, 그동안 복지에 소홀히 한 것이 젊은 세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년 후 뭘 먹고 살까’를 고민하며 성장에만 매몰되면 결코 현존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그는 역설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집단이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사회든 이념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문제는 극좌와 극우의 목소리가 너무 높은 탓에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경험을 한 탓에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단적인 우파와 극단적인 좌파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다 회색분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시민들은 극좌도 극우도 아닌 중간지대에서 생각하고 사고한다.”면서 “결국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유럽의 경우에도 이념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게 나타나지만 대부분 중간에서 수렴되는 양상”이라며 “우리 사회도 서로 논의를 통해 의견이 수렴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데올로기가 아닌 이념으로 정책이나 사안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념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데올로기는 정치적인 목적을 지니고 또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을 밖에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SNS 등 새로운 매체와 소통 방법의 등장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넓게 펼쳐진 이념의 스펙트럼을 모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터넷이나 SNS의 등장으로 말하지 않던 다수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본다.”면서 “양극단의 목소리만 들리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양극화의 해법으로 복지 시스템의 강화와 노동 유연성 강화를 통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성장이 곧 일자리로 이어지는 공식이 깨진 것이 현재 경제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보기술(IT) 분야가 발전하면서 대기업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것이 과거처럼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대신 단기간 실업 상태에 빠진 근로자들이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을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복지 강화와 함께 사회적 서비스 부분도 발전시켜 이곳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업이 돈을 벌고 이 돈을 사회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간접세의 비중을 줄이고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부가가치세 등 부자와 서민이 똑같이 내는 세금을 줄이고 대신 버는 만큼 세금을 내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단 세율 조정과 노동 유연성 강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기업이 내놓을 것과 정부가 할 일, 노동계가 감수할 부분에 대해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지만 현재 서로 불신이 큰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1-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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